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은 왜 심의국으로 쫓겨났나

뉴스데스크 음성변조 인터뷰 2건 동일인 의혹, 진상규명 요구했지만
사측 "인터뷰 아무 문제 없다" 주장…"검증 과정 밝혀달라" 요청 묵살해
문제 제기하자 심의국 전보발령…노조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인사"
기자들 "MBC 뉴스 신뢰도 문제" 사측 "근거 없는 주장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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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기자회에 쫙 퍼졌어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해당 기자는 전화를 받지도 않고, 부장과 국장한테 ‘리포트 상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알렸지만 모두 묵살됐습니다.”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은 이후 여러 차례 간부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난 4월과 5월에 방송된 <애플 수리고객 불만 폭주, 서비스업체 불공정 약관 탓>, <납품업체는 봉? 아직 못 고친 대형마트 ‘갑질’> 리포트에 담긴 음성변조 인터뷰가 동일인으로 보이는 등 조작 의혹이 있으니 사실 확인을 위해 자체 조사를 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보도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직접 간부들을 찾아가 면담 요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문전박대로 돌아왔다.


지난 6월 MBC 보도국 뉴스시스템 게시판에 짧은 글이 올라왔다. 리포트에 삽입되는 익명 인터뷰에 대한 준칙을 마련하자는 내용이었다. 기자협회는 “해당 기자, 담당 부장, 보도국장에게 의혹 내용을 설명하고 진상 규명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매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규명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조직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문제가 제기되기 전, 조직 내에서 신속한 자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지난 7월 19일과 27일 양일에 거쳐 간부들에게 ‘뉴스데스크 인터뷰 조작 의혹 관련 조사 요청’을 위한 공문을 보냈다.

비슷한 시기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도 관련 제보를 받았다. 이호찬 민실위 간사는 “제보가 접수된 후 여러 방면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며 “원본 녹음을 들어보니 싱크 자체에 담긴 음성 톤뿐만 아니라 조작이라는 여러 정황이 파악됐다.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민실위는 지난 7월 19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다. 8월초 답신이 왔다. 하지만 회사는 기자협회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기자협회는 사내 일정 기자들의 친목 및 권익 등을 위한 임의 단체일뿐 회사나 직원의 업무에 대해 어떤 조사권이나 감시권을 가지진 기구가 아니며 회사도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매우 위험한 월권행위”로 표현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사측은 “해당 사안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사실여부에 대한 검증과 조사를 실시한바 제기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뜻밖의 회사의 대응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MBC 기자는 “의혹제기가 있으면 조사하고 결과 공표하고 후속 조치했으면 될 일이었다”며 “소문이 외부로 퍼지기 전에 사실관계를 파악해보자고 말했던 건데, 사안을 다루는 절차가 황당하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민실위는 이후 세 차례 공문을 다시 보냈다. 조사 과정에 대한 질문이었다. 외부공표가 어렵다면 면담이라도 받아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측은 답이 없었다. 노조는 “묻히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결함 의혹이고, 이번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내부에서 ‘이런 허술한 조직이라면 나도 이렇게 만만하게 해야지’와 같은 분위기가 더욱 만연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달 29일 노보를 통해 관련 사안을 외부에 알렸다. 공론화 이후 내부에서는 더욱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MBC의 한 기자는 “리포트 인터뷰 한 개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뉴스데스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라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지난 11일 김 회장의 갑작스러운 발령 소식이 전해졌다. 올 2월 보도전략부에서 NPS추진센터로 발령 난 지 8달 만에 심의국으로 전보된 것이다. 내부에서는 “뉴스의 기본적인 원칙과 최소한의 기자 윤리를 지키자는 목소리에, 사측은 ‘보복 인사’로 답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다음날 성명을 통해 “기자협회장에 대한 보복 인사를 즉각 철회해라. ‘적재적소 인력배치’같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은 꺼내지도 말라. 누가 봐도 보복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도국의 최소한의 윤리, 최소한의 자정 능력은 버리지 말자는 호소에 대해 최소한의 소통 구조마저 걷어차 버리는 보도본부 수뇌부에게 뉴스를 만들 자격,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할 자격이 과연 있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MBC의 주장대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 전체 내용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소하면 될 일”이라며 “MBC는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에 대한 부당인사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실을 명명백백 밝혀 MBC에 최소한의 상식과 자정기능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MBC는 18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보도국 간부들이 인터뷰 원본을 청취했고, 담당기자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서로 다른 취재원임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해 회사와 해당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한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문제를 제기한 기자들은 뉴스데스크 전체의 신뢰도 문제인 만큼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 하나도 걸러지지 않는 MBC 내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내부 소통도 안되는 언론사가 외부의 여론을 반영하고 조성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외부적인 감사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충실히 진상규명이 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노조는 “명백한 부당인사다. 감사 결과를 보고 나서 (부당전보에 대한) 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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