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제31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조혜원 TJB대전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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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TJB대전방송 기자

“출근 시간, 택시가 앞에 가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어요. 운전기사가 심정지가 온 것 같은데 지금 사고 처리 중이에요.”


다급하게 걸려온 제보전화. 단순 교통사고인지 현장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는 상황. 하지만 무언가 달랐습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들을 찾고 있는 겁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승객들이 다급하게 내려 골프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로 쏜살같이 옮겨 타고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들어가자, 승객들이 일본 골프여행을 위해 공항버스를 타러 가던 길이었고, 탑승시간을 놓칠까 심정지가 온 택시기사를 돌볼 여유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친 택시기사는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단독 기획보도 후 착한 사마리아인 법 추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심장마비가 온 위급한 상황에서 택시기사에게 아무런 처치 없이 떠난 승객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보도를 통해 시민들의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기획 리포트에서 위급한 상황을 연출한 뒤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관찰카메라를 진행했는데, 119신고를 했던 시민은 최근 택시 기사 사고 뉴스를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보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해보게 된 의미 있는 보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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