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공항공사 퇴직 간부 성추행' 약자보호라는 언론 역할 돋보인 수작

제31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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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B대전방송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이기주의적 사회 풍토 고발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더위를 잊게 해줄 언론의 ‘시원한’ 보도가 어느 때보다 아쉬웠다. 더위 못지않게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고발, 비판하려는 언론의 노력은 부족해 보였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8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후보작들이 호평을 받았다. 단순한 현상을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해결을 촉구하는 적극적 ‘기자 정신’을 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망명’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황장엽 이후 최고위급 북한 인사의 망명을 순발력 있게 보도한 취재력이 돋보였다. 외교관의 신변 안전 문제나 아들 문제 등 망명의 성격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중요한 특종이라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경향신문의 ‘공항공사 퇴직 낙하산 간부, 노래방서 멍들도록 성추행…죽고 싶었다’ 보도는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와 공항 청소 용역의 구조적 문제점을 끈질기게 파고들어 여론을 환기한 점이 돋보였다. 전형적인 ‘비정규직 인권 유린’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약자 보호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한 수작이었다. 삭발식 자체가 예고된 행사였던 만큼 다른 언론사도 초기부터 함께 보도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무관심했다는 점은 우리 언론계가 반성할 점으로 평가됐다.


TV조선의 ‘경찰청장 내정자 음주사고 경력’ 보도는 감춰진 사안을 파헤치려는 기자 정신과 노력이 호평을 받았다. 23년 전 사고 현장과 피해 차량을 찾아내는 끈질긴 취재력은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권력 감시라는 언론 기능에 충실한 보도였지만, 이같은 결점을 가진 후보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임명이 이뤄지는 현실 풍토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이데일리의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우조선 수주량이 어떻게 부풀려지고 분식이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는 실사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한 취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의 기자상 수상이 쉽지 않은 여건에서 드물게 돋보인 의미 있는 보도였다.


지역취재 부문에서는 TJB대전방송의 ‘심장 멎은 택시기사…두고 떠난 승객’ 기사가 선정됐다. 단순 사고 속에 숨어 있는 사회적 병폐를 드러낸 수작이었다. 이기주의적 사회 풍토를 고발하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부문에서 KNN의 ‘방파제 특혜 의혹’이 선정됐다. 관급 공사 수주의 이른바 ‘원시적’ 비리를 현상에서부터 구조적 요인까지 상세하게 드러낸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 다만, 후속 보도 가운데 특정 업체의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은 자칫 홍보성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지적이 있었다.


전문보도 부문에서 ‘4대강 녹조’와 관련된 두 건의 보도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한겨레의 ‘녹조 토하는 낙동강’은 사진 보도로 수상했다. 이른바 ‘한 장’으로 4대강 녹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진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다만, 무인기 촬영의 적법성과 적절성에 대해서도 언론계 차원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4대강 사업의 민낯’은 ‘특별상’으로 선정됐다. 무더위 속에 4대강 현장을 누비며 녹조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자 정신이 돋보였다. 더위 속에 녹조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타 언론이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독보적으로 연속 보도했다는 점은 ‘기성’ 언론이 반성할 점으로 지적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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