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문, 그 입에 언론자유를 담을 수 있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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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노골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특히 불출석의 사유로 제시했다는 이유가 가관이다. “신문 내용이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인 사안이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침해 우려”를 들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고 하니 말이다.


아무리 요즘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이 유행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백종문 본부장의 입에서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백종문이 누구인가? 그는 지난 2014년 극우 인터넷 매체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최승호와 박성제는 증거가 없어. 걔네들이 노동조합 파견의 후견인인데 (중략)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예요”라고 실토했던 인물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1월 공개된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된 바 있다. 공정방송과 언론 자유를 주장하며 파업에 참여한 PD와 기자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노조의 후견인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해고라는 칼날까지 휘둘렀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종문 녹취록’의 곳곳에는 백 본부장이 ‘언론 자유와 독립’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과 통제욕구가 수없이 나타나 있다. 그는 “BBK, 광우병까지 다 마찬가지지. 그래서 MBC가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지금 다 통제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으며, 성소수자들의 인권 실태를 다룬 PD수첩의 보도와 관련해 담당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야 이 XX야. 너도 좋은 놈 되려고 나이스가이 되고 싶어가지고 그따위로 아이템 했지?”라고 야단쳤음을 자인했다. 또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다룬 시사매거진2580의 보도에 대해서는 “내가 있었으면 안 뚫렸지. (그런데) 뚫렸더라고”라며 본인의 ‘통제 실력’을 은연중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인사가 어떻게 ‘언론 자유와 독립’을 감히 입에 담을 수가 있는가? 법원에 의해 공식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방송노동자의 핵심 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해고한 사람들이 어떻게 ‘언론 자유와 독립’을 말할 수 있는가? 방송 제작진을 자신만의 이념적 잣대로 규정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탄압하고 심지어 현업에서 배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이들이, 그러는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추어올리며 키득대던 이들이 어떻게 버젓이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아니 그 전에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한국어가 가진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긴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혹시 ‘(언론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는 언론인들을) 해고할 자유’를 잘못 말한 것은 아닌가?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으며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언론 자유와 독립’이라는 것은 특히 방송에 있어선 보도와 편성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백종문 본부장 같은 이들이 불출석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백 본부장과 MBC 경영진은 엉뚱한 소리를 할 시간이 있다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공영방송 보도 개입 의혹’ 같은 심각한 언론 독립 침해 사건에 대해 단신 2줄만 보도하고 끝내버리는 자사 보도의 극심한 정권 종속성 문제부터 철저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의 부당해고, 방송 편성 개입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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