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5년 쌓아둔 영상 곳간 활짝 열어

영상 콘텐츠 미디어 스타트업에 공개
아카이브 자유롭게 접근해 편집 가능
비즈니스 모델·상생 도모 업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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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영상 아카이브가) 자산이라고 생각해 (공개가) 손해라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오픈해 생태계를 열고, 잘 할 수 있는 분들과 같이 하는 게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이정애 SBS미래부 기자)


SBS가 25년 간 쌓아둔 영상 곳간을 열어 미디어 신생업체에 공개한다.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서 방송사의 핵심자산인 영상 아카이브를 공개, ‘비지니스 모델 탐색’과 ‘상생을 도모’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호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SBS는 자사 등이 주최하는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2016’을 맞아 그간 축적해 온 영상 아카이브의 API를 미디어 스타트업에 공개한다. 우선은 해당 경진대회에 참여하는 업체와 지난해 수상팀에 한정하지만 내년 초 클로즈 베타 서비스부터는 간단한 심사를 거쳐 파트너로 선정되기만 하면 아카이브를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SBS가 25년간 누적해 온 영상 아카이브의 API를 미디어 스타트업에 공개한다. 사진은 SBS 등이 주최하는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2016’ 사이트에 게재된 이번 콘퍼런스 홍보영상 캡처. SBS가 공개를 예정한 영상 아카이브 구현 UI(왼쪽)와 드라마 내 상품 구매유도 및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정보 제공연계 등 활용 예시.

이들 업체는 개방형 영상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아이디를 부여받고, 영상 소스에 자유롭게 접근해 편집을 할 수 있다. 일단은 11월 중순까지 아이디를 쓸 수 있고, 12월 말까지만 제작 콘텐츠를 시범 유통토록 하지만 정식오픈 후엔 재사용이 가능하다. API유료화도 고민 중이지만 파트너사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새롭게 편집된 영상물이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뉜 것은 ‘영상 짜깁기’에 대한 SBS의 독점적인 권한이지만, 나올 것은 영상을 재료로 구현된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방송사들의 온라인 수익모델은 영상을 자른 클립 유통을 통해 광고노출로 수익을 올리는 선에 머물러있다.


우승현 SBS미디어비지니스센터 동영상포털담당은 “영상을 만드는 데 회차 당 수천 만원에서 수 억까지 드는데 소비는 숏테일로 끝나는 케이스가 많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적DB로 만드는 게 방송사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지니스적 상상력’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엔 (쇼핑과 연계된 방식이라면) 판매분에 대한 셰어를 받거나 외부 사람들의 피드백을 제작에 반영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생업체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절차와 추가 비용지출 없이 방대한 영상 API를 이용,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일견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듯 보이는 SBS는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이 영상을 두고 시도하는 다양한 경험 자체를 얻을 수 있다. SBS는 드라마 속 의류 구매유도, ‘먹방’ 예능 프로그램과 맛집 정보 연계 등을 예상하지만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지는 예측불가능하다. 영상의 물리적인 다운로드를 허용치 않는 점(실시간 연동만 허용)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지만 영상활용 관련 과정 자체에 대한 피드백이 가장 중요한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다.


SBS는 이와 관련해 약 2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 아날로그 매체에 담긴 콘텐츠를 꺼내고, 프로그램 내 구간을 일일이 분할해 입력하는 수작업을 거쳐 25년 치 영상을 디지털 아카이빙하는 작업이었다. 핵심은 자료의 내용과 성격, 형태를 설명하는 ‘메타 정보’ 정리다. 등장인물과 장면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장면 메타’, 화면 속 등장한 물품의 정보를 정리한 ‘서비스 메타’ 등이 입력됐다. 사용자의 반응 정보를 담은 ‘소셜 메타’도 존재한다. 참여업체들은 서비스 구현을 위해 별도의 ‘서비스 메타’ 정보를 추가 입력할 수 있다. 이 역시 추후 SBS의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 추가 영상확보를 두고 타 지상파와 협의도 진행 중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1~2년 새 많이 회자됐지만 성공 모델이 없어 회의론, 절망감이 이는 분위기였다. 특히 고비용의 동영상으로 시장환경이 변하며 영상 콘텐츠의 수월한 활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산업을 같이 키워가는 상생의 차원에서 사실은 공영방송, 기간방송이 해줘야 되는 역할이다.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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