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의 재난보도, 이대로 좋은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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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관련 보도가 도마에 오른 한 주였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정보 전달체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고, 경고 및 대피요령을 전해야 할 재난 경보문자도 ‘깜깜’이고, 안부 문자가 폭주한 카카오톡도 ‘먹통’이 된 상황에서 지진 발생 사실을 최일선에서 전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 재난 보도가 너무 늦었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의 대응은 의아할 정도였다. 원전시설이 촘촘한 지역에서 지진이 났는데도 태연하게 평상시처럼 퀴즈쇼와 드라마같은 정규 프로그램을 틀었다. 원전이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알렸을 뿐이다. 국민의 수신료와 세금이 지원되는 KBS는 재난방송 주관사 아닌가. 이에 대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진 발생 속보도 늦었지만 강력한 지진에 따른 대피요령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도가 없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민영방송인 JTBC가 비상 속보체제로 재빨리 전환해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KBS 수신료 내기 아깝다’는 세간의 볼멘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19일 규모 4.3 여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전반적으로 대응 속도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단층 활성화에 따른 ‘지진의 일상화’ 가능성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 재난 보도가 지나치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이다.
지상파 및 종합일간지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도내용만 놓고 보면 ‘서울 공화국’이 되어버린 지역불균형적 프레임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만약 지난 12일 지진이 경주가 아닌 수도권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과연 언론이 무덤덤할 정도로 대응했을까. 당장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전달하기는커녕 전력 수급에 이상이 없다는 식의 ‘원전 정상가동’이라는 문구로 전해야 했을까. 한 일간지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하면서 부산 지역 피해 예상 정도보다 더 상세하게 ‘서울 강남 52곳 중 26곳 위험’이라고 부제목을 뽑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 지역 언론인은 “종합 일간지에서 ‘맛집’이라고 소개한 식당이 대부분 서울 소재 식당일 때가 많다”면서 “비피해가 발생했는데 수도권이 아니어서 다행이란 식의 지상파 보도를 접하곤 어이가 없었던 적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생활방식은 어떻게든 기자들이 생산하는 결과물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 수도권에서만 생활하다보면 이같은 사고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이런 보도 내용 때문에 이재민들은 물질적 피해는 물론이고,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2016년, 재난의 우려 앞에 정부는 재난 대비는 물론이고 사회통합의 기능조차 방기한 것처럼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책임은 무겁다. 계급과 계급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 고립과 배제를 넘어 모두가 하나의 시민이라는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한반도는 좁은 땅이다. 어느 곳에서 재난이 일어나든지 곧 우리 이웃의 일이며, 우리의 삶에 파장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지진 전문가들이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지금, 우리의 다음 보도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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