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브라질…좌-우파 경쟁은 이제부터

[글로벌 리포트 | 남미]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 상원은 8월 마지막 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호세프는 1992년 브라질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로써 좌파 노동자당(PT) 정권은 14년 만에 막을 내리고 보수우파 성향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권이 출범했다.


호세프 탄핵으로 브라질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클릭’하고, 더 넓게는 중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가 결정적으로 퇴조할 것이라는 진단이 따랐다. 그러나 호세프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게 나을 듯하다.


좌파 진영에서는 탄핵 사태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성찰과 함께 ‘좌파의 아이콘’인 룰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 노동계, 농민, 학생 연대조직인 브라질민중전선(FBP)의 부상이 그 증거다. 룰라가 노동자당의 대표를 맡아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동자당은 ‘반 테메르’ 세력 결집을 위해 과거 군사독재정권 말기인 1980년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에서 사용한 구호인 ‘지레타스 자(Diretas-Ja·‘지금 당장 직접선거를’이라는 뜻)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레타스 자’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운동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 테메르 정부는 ‘새로운 브라질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일하는 브라질, 변화하는 브라질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테메르 정부의 홍보전략 책임자는 최근 재치있는 로고를 소개했다. 테메르 반대 시위 현장에서 사용되는 ‘포라 테메르(Fora Temer·테메르 꺼져라)’라는 구호를 ‘보라 테메르(Bora Temer)’로 변형시켰다. ‘테메르와 함께 가자’라는 정도의 뜻이다. ‘포라 테메르’는 위기에 빠진 브라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브라질 좌-우파 진영은 탄핵정국 이후 전열을 정비하고, 올해 10월 지방선거를 거쳐 2018년 말 대선에서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1년간 군사독재정권이 계속됐다. 민주화 이후 10년의 과도기를 지나 우파가 1995~2002년, 좌파가 2003~2010년 집권하며 정치적 안정을 이뤘다. 좌파 정권은 2011년 이후로도 이어졌으나 이번 탄핵 사태로 좌파와 우파가 정권을 반분한 셈이 됐다. 2018년 대선에 일찌감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좌파 진영에서는 룰라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때 노동자당에 적을 뒀던 ‘아마존의 여전사’ 마리나 시우바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은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툰다. 룰라가 직접 출마하거나 시우바가 좌파연대 후보로 나서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우파 후보들은 지지율에서 다소 밀린다. 테메르의 대선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지지율이 기대를 밑돌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테메르 자신도 아직까지는 대선 출마에 회의적이다. 2014년 대선에 출마했던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이 있으나 룰라나 시우바에 뒤진다.


물론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2018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좌파와 정권 연장을 바라는 우파의 경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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