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화와 미국-美 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

제31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하윤해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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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국민일보 기자

올해 초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5·18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미국 정부 기밀해제 문서를 입수해 조사하고 있을 때였다. 한국은 4·13 총선 열기로 뜨거웠다.


기밀해제 문서에는 젊은이들의 희생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 거리로 뛰어나온 시민들의 숫자가 메마른 문체로 기록돼 있었다. 그 희생과 눈물이 민주화를 이끈 동력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당에서는 친박·비박 싸움이 계속됐고, 야권은 호남 민심을 놓고 다퉜다. 30년이 넘는 시차에 현기증을 느꼈다. 민주화는 이뤄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성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미국 대학 연구실에서 절감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기밀해제 문서를 찾고 번역하고 감수받고 기사를 쓰는 데까지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미국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주한미국대사관, 국무부 등이 작성한 한국 민주화 관련 기밀해제 문서 75건에 묻혀 지냈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초기, 문서에 찍힌 ‘Top Secret’ 직인에 놀라 가슴 두근거리며 기사가치가 없었던 문서를 밤새 읽었던 시행착오를 잊지 못한다.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박정희·전두환·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백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썼을 때 “박정희를 미화하지 말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기사가 나간 뒤에는 “고향이 호남이냐”는 메일이 쏟아졌다. 유일한 프리즘은 미 정부 기밀해제 문서였으나, 일부 독자들의 정반대 반응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시리즈가 한국 정치의 이념적 관용을 넓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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