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 기밀해제 문서 깊이 있는 분석 '호평'

제31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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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복지 마피아 득세’ 중간 관료 유착 폭로·제도 개선 이끌어내


제311회 ‘이달의 기자상’은 논쟁적인 작품들이 유달리 많은 점이 특징이었다. 기자의 취재윤리와 녹취 제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도 심사위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출품작은 적었어도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격론 끝에 총 8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TV조선의 ‘청와대·친박계 새누리당 공천 개입’은 4·13총선 공천과정에서 권력 핵심부 사이에 압박과 회유를 포함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이 고르게 높은 점수를 매겼다. 다만 녹취 제보가 기자의 노력보다는 정치적 의도로 언론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치 발전과 공익적 관점에서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MBC의 ‘공기청정기·에어컨 필터서 살균제 OIT 검출…전량 회수 권고’는 가습기 파동 이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들춰내 피해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가습기 파동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했지만, 이후 정부도 몰랐던 OIT 문제를 발굴해 유독물질 관리체계의 허점을 잘 짚었다는 평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두 편의 수작이 선정됐다. 먼저 국민일보의 ‘한국의 민주화와 미국-美 정부 기밀해제 문서 단독 입수’는 기자가 충전기간이라 할 해외 연수를 가서도 기밀해제 문서를 파고들어 시대적 의미를 되짚고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밀해제 문서는 발굴할 게 무궁무진한 데도 그간 한국 언론의 취약분야였기에 신선한 자극이 될 만한 작품이다.


또한 한겨레의 ‘사학비리 연속 기획’은 그간 단편적으로 드러난 팩트들의 조합이 아니라 기자가 발로 뛰면서 새로운 팩트를 찾아내 탐사보도 수준의 성과를 냈다. 새삼 사학비리가 현재 진행형임을 일깨웠고 언론의 집요한 추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케 했다는 평가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전주의 ‘비소 카드뮴 침출수, 강으로 농경지로 콸콸’은 익숙한 유형의 보도이지만 실제로 아직도 농촌 현장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사건을 파헤쳐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지역 언론이 감시 사각지대에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후속 보도가 좀 더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지역경제보도 부문에선 낯익은 다큐멘터리가 또한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주MBC의 ‘특집 다큐-검은 삼겹살 2부작’은 ‘육식의 반란’ 중 4번째 출품작으로,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육식 선호를 꾸준히 고발한 수작이다. 건강, 경제, 환경문제까지 광범위하게 다뤄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식생활 변화로 인한 대장암 발병 증가의 원인을 삼겹살 소비 증가로 단정지은 것은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의 수상작인 국제신문의 ‘복지 마피아 득세’는 중간 관료들의 유착을 전수조사해 폭로하고, 복지 공무원의 2년 내 재취업 금지 같은 제도 개선까지 끌어낸 노력이 돋보였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C광주방송의 ‘국책사업에만 눈독…환자 진료거부 파문’이 선정됐다. 지역사회의 핵심인 대학병원이 정작 중요한 역할을 외면한 사실을 공론화시켜 후속대책을 수립게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전자신문 ‘출연연 대수술 급하다’ 시리즈, KNN의 ‘긴급진단, 뻥 뚫린 미세먼지’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한편 경향신문의 ‘교육부 고위공무원 막말 파문’은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인식, 엄청난 사회적 파장, 발언의 확인과 기사화 과정의 신중함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있었지만, 취재원과의 비공식적인 저녁자리에서의 발언이었다는 점, 사건에 대한 팩트 발굴이 아닌 공직자 개인의 인식이란 점, 의미 있는 보도지만 기자상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 등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치열한 토론 끝에 본심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취재윤리 문제를 되새기며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함께 향후 정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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