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호화 접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2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이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송 주필에게 출장 명목으로 일등석 유럽 왕복 항공권과 초호화 요트 및 전세기 관광 등 2억원 상당의 외유 접대를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30일자 사설에서 송 주필의 의혹을 둘러싼 우려를 밝히면서 이를 폭로한 김 의원이 자료의 정확한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우병우 민정수석 수사 건과 언론인 향응 스캔들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송 주필이) 호화 향응을 받았다면 뇌물이나 다름없다. 주필직 사임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이 사건은 개인 비리다. 이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건과 연결지으려는 시도는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 두 건을 연결지어 우 수석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쳐온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청와대나 김 의원 폭로를 '우병우 물타기'라고 주장하는 야당이나 근거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건은 별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언론사 간부가 이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면 언론인 윤리에 어긋난다. 그러나 김 의원의 폭로에는 '음모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김 의원 폭로의 출처가 언론인 사찰 자료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입수 경위를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항간의 의혹대로 대우조선 수사 자료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면 이것이야말로 '국기(國基)를 흔드는 범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언론인의 약점을 잡아 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언론인이 이 정도의 향응을 받았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하다"며 "한편으론 김진태 의원의 잇단 의혹 제기 배경에도 눈길이 간다. 검사 출신의 재선인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인사다. 우 수석에 대한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과 관련된 이번 스캔들은 우 수석 수사와 별개의 문제다. 검찰이 두 사건에 대해 각각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우 수석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조선일보의 이미지 추락과 같은 날 이뤄진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돌연 사퇴가 동시에 진행된 데 큰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은 "송 주필의 사퇴는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부패언론으로 몰아붙이며 우 수석 비리의혹 보도에 대해 ‘치졸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며 “문제는 우 수석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 방식이 여러가지 점에서 ‘공작 정치’의 그림자를 연상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사찰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정치적 목적의 폭로에 이용하는 것은 개인비리를 넘어선 정권 차원의 반인륜적 범죄다. 김 의원이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폭로내용뿐 아니라 자료입수 경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일로 ‘우병우 비리’ 수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며 ‘공작정치’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조선일보와 송 주필은 의혹에 대해 자세히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김 의원이 폭로한 송 주필 의혹은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 조선일보사와 송 주필은 성실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또 검찰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만약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사이에 물밑 거래가 이루어져 의혹을 뭉개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양쪽 다 국민의 손가락질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언론인으로서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아닐 수 없다. 내달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인도 부조리한 취재관행을 타파하고 청렴의식을 한층 벼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 민정수석 의혹 보도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 송 주필 등의 비리 의혹으로 맞불을 놓으며 언론재갈 물리기나 국면 반전에 나섰다고 볼 만하다. 국민의 눈길이 쏠린 우 수석 의혹이 돌연 희석되거나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사설 ‘기자 압수 수색은 禹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에서 검찰이 우 수석 처가 땅 의혹을 처음 보도했던 조선일보 기자를 압수수색 한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수사기관이 취재기자 휴대폰을 압수한 것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차장의 특별감찰관에 대한 전화 취재는 취재원에 대한 기자의 일상적인 취재 활동이었다”며 “권력이 싫어하는 보도를 한다고 취재기자를 압수 수색한 것은 언론은 적대시했던 좌파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중대한 악례(惡例)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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