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박이들의 향수(鄕愁)

[그 기자의 '좋아요'] 김원진 경향신문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김원진 경향신문 기자

검정치마 ‘내 고향 서울엔’


나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마쳤다. 직장도 서울에서 다니고 있다.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고향을 밝힐 자리가 있다. 돌아가면서 대전, 영양, 인천, 원주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도시를 고향이라고 소개할 때 나는 “서울에서 계속 살았다”고 말한다. 지난 2011년 통계를 찾아보니 출생지에 관계없이 1000만 서울시민 중 78%가 ‘서울은 내 고향’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서울을 ‘고향’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


복고풍의 멜로디와 담백한 가사로 서울과 고향의 어색한 조합을 뒤바꾼 뮤지션이 있다. 검정치마다. 지난 봄, 지인이 ‘고향이 서울인 사람들을 위한’ 노래라며 검정치마의 ‘내 고향 서울엔’을 들려줬다. ‘내 고향 서울엔’은 ‘Hollywood’(2015.4), ‘EVERYTHING’(2016.1)에 이은 검정치마의 세 번째 싱글이다. 다음은 가사의 한 대목. ‘부산 집 화단엔 동백나무 꽃이 피었고 내 고향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


공기업의 지역 이전으로 직장을 잡은 뒤 고향 서울을 떠나는 지인들에게도 ‘내 고향 서울엔’을 추천하곤 한다. 다들 ‘내 고향 서울엔’의 화자처럼 ‘발 디딜 틈 없는 명동 거리’와 ‘그대 살던 홍대 이층집 뜰’을 그리워한다. 서울에서 자란 뒤 직장 때문에 원주로 내려간 지인은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서울의 매연을 들이키고 싶다(?)”는 망언도 종종 내뱉는다.


▲검정치마의 ‘내 고향 서울엔’ 앨범 재킷.

최근에는 취재과정에서 서울이 내 고향임을 자각한 적도 있었다. 올 초 청년기획팀에 파견돼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 청년들을 만났다. 지역 청년들은 하나같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꿈의 가짓수가 다르다”거나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인턴 합격을 발표하고 3일 뒤에 출근하라고 하면 지역 학생들은 집을 언제 구해요?”라고 말했다. 서울에만 살아 겪어보지 못했던, 지역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소외였다.


그나저나 검정치마는 부산에 꽃이 필 때 ‘서울엔 아직 눈이 와요’라고 했는데, 올 여름 서울은 대구, 부산만큼이나 후텁지근하다. 내 고향 서울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김원진 경향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