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1만6400여곳 김영란법 적용 대상

검경 수사권 남용에 대한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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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는 28100만원 이상(연간 300만원)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를 떠나 형사 처별이 가능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대상자에 공직자·공무원 외에 언론인, 사립교원 등이 포함된 것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 등이 언론인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헌법 제21조 언론의 자유와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4건을 병합해 심리한 선고에서 합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9월28일 본격 시행된다.

 

헌재는 이날 청구인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의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했고 나머지 청구인의 심판청구에 대해선 기각했다.

 

특히 민간영역인 언론인 등을 공직자·공무원과 함께 포함시킨 것에 대해 72합헌결정을 내렸다. 민간영역임에도 언론인의 공적 책임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언론인과 취재원의 통상적 접촉 등 정보의 획득의 물론 보도와 논평 등 자유로운 여론 형성과정에서 언론인의 법적 권리에 어떤 제한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언론 자유의 위축될 우려에 대해서도 취재 관행과 접대 문화의 개선, 그리고 의식 개혁이 뒤따라가지 못함에 따른 과도기적인 우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력이 커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 역시 54합헌결정을 내렸다. 연좌제를 금지하는 법조항과 배치된다는 입장과 배우자 신고를 의무화하지 않을 경우 금품이 배우자로 전달된다는 주장이 그동안 팽팽히 맞서왔다.

 

헌재는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므로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식사대접(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이나 외부 강의료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서도 각각 54, 81로 정당하다고 봤다.

    

법이 금하는 부정청탁개념이나 사회상규라는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위배 소지에 대해서도 모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부정청탁이란 용어가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관련 판례 역시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도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부패를 막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지만, 과잉규제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결정으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규정된 방송, 신문, 잡지, 뉴스통신사, 인터넷신문 등에서 근무하는 보도·논평·취재 인력뿐 아니라 행정, 단순 노무 인력까지 법 적용을 받게 됐다.

 

지난 22일 국가권익위원회가 발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해설집에 따르면 16388개 언론사(지난 2월 기준)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언론사의 단순 노무직군과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직군을 동일한 선상에서 볼 수 있느냐다.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건의하는 행위도 법 적용 예외조항에 포함됐는데 오히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지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검경의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눈엣가시인 언론사에 대한 선별 사정이 가능해져 언론 통제의 빌미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앞으로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취재 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만 수사착수를 한다든지, 수사착수 시 언론사에 사전 통보한다든지 등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들은 당장 기존 취재 관행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비용을 부담해 나갔던 해외취재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사들이 취재비 인상이나 사규 개정 등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이 시행되고 적발 사례가 어느 정도 축적돼야 혼란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부장 출신의 한 언론사 고위 간부는 통상적인 취재원과의 골프나 저녁 자리는 줄어들고 언론사에서 개최하는 행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법의 모호성 때문에 검경이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칼끝이 비판언론으로 향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주요 일지

 

20128월 권익위원회 입법예고

20151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20152월 국회 법사위 주최 공청회 개최

20153월 국회 본회의 통과

20153월 대한변협 등 헌법소원제기

201512월 헌재 공개변론

20165월 권익위 시행령 입법예고

20167월 헌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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