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난데없는 해외 출장' 구설수

여권이사 3명 독일 등 다녀와
지배구조 개선안 연구 명목
MBC본부 "도덕적 해이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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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컷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에 불응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MBC 경영진에 대해 방송문화진흥회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아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이 와중에 최근에는 1억원 상당의 해외 출장을 떠나 ‘호화 외유’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9일 유의선, 권혁철, 김광동, 이인철 방문진 이사는 8일간 영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3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여권 이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번 출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이미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건데 무슨 연구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영국, 독일 등에서 듣고 오는 부분도 다 인터넷을 보면 찾을 수 있는 내용”이라며 “그걸 빌미로 호화스러운 여행을 다녀온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이사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조바심에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해외에 나가고 보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MBC 관리감독기구 방송문화진흥회의 모습. 여권 이사진 4명은 지난 9일부터 8일간 유럽 3국에 해외 출장을 떠나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유의선 이사는 “인터넷으로 구할 수 없는 자료를 중심으로 연구자료를 만들고 그동안 방송편성권 번역자료 등이 상당히 오류가 많고 굉장히 잘못돼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실용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왔기 때문에 11월말에 보고서가 나오면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는 “일부러 주말에 해외로 나갔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빠듯하게 3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연구를 했다”며 “제가 단장으로 있는 한 그런 일(호화 외유)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출장에는 9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의 비용이 들었다. 통상 이사들은 1500만원에 달하는 비즈니스클래스를 타는 만큼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다 8월부터 진행되는 전문가포럼까지 합치면 이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연구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방문진은 지난 2014년에도 해외출장비로 5억4400만원을 집행했다가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해외출장”이라고 질타를 받은 바 있다. MBC본부에 따르면 한균태 방문진 감사는 지난 6월 이뤄진 내부감사 결과보고에서 “최근 5년간 현황을 보면 출장비 총액이 10억1300만원에 이르러 연평균 2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2015년 이사회 운영예산 5억원과 비교하면 과한 액수”라고 쓴소리를 했다.


야권 이사들의 반발도 두드러진다. 유기철 이사는 “해외 공영방송 연구는 많이 있어왔으니 별도의 조사연구 자체가 불필요하다”며 “방문진이 관리감독 대상인 MBC에 대해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제도 탓하며 지배구조안을 만든다는 건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지금 MBC 내부 사정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있는 상황에서 트로이컷과 특조위 등 시급하게 처리할 일이 산적해있는데 방문진의 해외여행은 무책임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2012년 사내 보안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을 동의 없이 설치해 노조원 등의 정보를 들여다본 당시 경영진·직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현 경영진인 안광한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등이 당시 경영진이었다. 이들은 올 초 세월호 특조위의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방문진은 “문화방송 쪽의 후속 조처를 보고 판단한다”는 애매한 결론에 그쳤다. 특조위 조사 불응에 대한 논의 또한 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MBC본부는 “개혁 1순위인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들이 오히려 개혁안을 찾는다는 핑계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떠나는 파렴치한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방문진 예산은 공영방송의 관리·감독을 위해 쓰라고 국민들이 위탁한 돈이다. 쌈짓돈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과 여권 추천 이사들은 당장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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