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인천은 문화적인 면에서 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시입니다. 몸집이 작아서는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바로 오른편에 있기 때문이죠. 유명 내한 공연이나 미술전 등 대부분의 굵직한 이벤트는 이곳에 편중되곤 합니다. 지난해 마룬5 내한공연이 서울과 대구에는 잡혀도 인천은 외면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1년 중 단 한 번, 대한민국 어느 도시가 부럽지 않은 음악 축제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바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입니다.
좋은 친구란 함께 나이들어 감을 지켜보는 것이라죠. 어느덧 이 공연과 함께 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99년, 꼬박 석 달이나 용돈을 모아 1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요. 다 좋았습니다. 당시 전국에 유례없는 폭우가 내린 사실을 뺀다면요. 무대는 멈췄고, 첫회는 마지막회가 됐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8월, 송도, 페스티벌. 기본 상차림은 같지만 내용물은 다릅니다. 페스티벌은 뷔페입니다. 누구나 좋아할 음식을 골고루 배치해 놓고 각자 입맛에 따라 골라 담을 수 있으니까요.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라인업이 대중화되는 트렌드에 따라 올해는 영미권의 친숙한 뮤지션들도 많습니다. 날씨 걱정은 마요. 어차피 페스티벌은 둘 중 하나입니다. (첫해처럼) 폭우거나, (지난해처럼) 폭염이거나. 개막까지 정확히 한 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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