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꾸는 한여름 밤의 꿈

[그 기자의 '좋아요'] 이상서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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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서 연합뉴스 기자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내 고향 인천은 문화적인 면에서 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도시입니다. 몸집이 작아서는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바로 오른편에 있기 때문이죠. 유명 내한 공연이나 미술전 등 대부분의 굵직한 이벤트는 이곳에 편중되곤 합니다. 지난해 마룬5 내한공연이 서울과 대구에는 잡혀도 인천은 외면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1년 중 단 한 번, 대한민국 어느 도시가 부럽지 않은 음악 축제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바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입니다.


좋은 친구란 함께 나이들어 감을 지켜보는 것이라죠. 어느덧 이 공연과 함께 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99년, 꼬박 석 달이나 용돈을 모아 1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요. 다 좋았습니다. 당시 전국에 유례없는 폭우가 내린 사실을 뺀다면요. 무대는 멈췄고, 첫회는 마지막회가 됐습니다.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공연 포스터.

그렇게 끝인줄 알았던 락 페스티벌은 2006년에 다시 부활합니다. 장소는 마찬가지로 인천 송도. 이후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2014년 10주년을 맞습니다. 매년 8월에 꾸는 한여름 밤의 꿈. 지난해에는 해외 음악 매체에서 선정한 전 세계 뮤직 페스티벌 부문에서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저도 함께 자랍니다. 갓 전역한 복학생, 취업준비생, 백수, 신입사원 등 인생의 매 순간에 이곳이 존재했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 8월, 송도, 페스티벌. 기본 상차림은 같지만 내용물은 다릅니다. 페스티벌은 뷔페입니다. 누구나 좋아할 음식을 골고루 배치해 놓고 각자 입맛에 따라 골라 담을 수 있으니까요. 음악에 문외한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라인업이 대중화되는 트렌드에 따라 올해는 영미권의 친숙한 뮤지션들도 많습니다. 날씨 걱정은 마요. 어차피 페스티벌은 둘 중 하나입니다. (첫해처럼) 폭우거나, (지난해처럼) 폭염이거나. 개막까지 정확히 한 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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