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기자들은 안전할까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요즘 4차산업혁명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비쿼터스와 모바일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몰고 올 엄청난 변화에 다들 긴장하고 있다. 급기야 국회에서도 3당 비례대표 1번 의원을 중심으로 4차산업혁명 포럼을 결성했다. 엄청난 속도와 범위로 우리 사회를 강타할 4차산업혁명 파고에 제대로 대응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산업의 특징 중 하나로 ‘플랫폼 효과’를 꼽는다. 시장을 지배하는 몇몇 소수 플랫폼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무서운 대상이다. 기술혁신으로 자본의 위력이 커질 경우 대다수 직장인들은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자본이 노동을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문직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영역은 이미 자동화의 영향권 내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보니 기자들도 연일 4차산업혁명 관련 기획물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지나 전문지 뿐 아니라 종합지들도 꽤 복잡한 기술 얘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저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이 사회와 고용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준엄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최근의 기술 변화로 인한 후폭풍은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사안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기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난 이런 현상을 지켜보다가 조금 엉뚱한 질문을 던져보게 됐다. “4차산업혁명이 정말로 실체가 있다면, 과연 기자들은 안전할까?”란 질문이다. 물론 그냥 던진 질문은 아니다. AP통신이 로봇을 활용한 기사 생산을 좀 더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때문이다. AP는 2014년 7월부터 기업 분기 실적 기사를 로봇으로 처리하고 있다. 여기엔 오토메이티트 인사이츠(Automated Insights)란 기업의 기사 자동생산 알고리즘이 동원됐다. 그런데 이번에 자동생산 대상을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경기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실험이 조금씩 확대될 경우 현재 기자들이 하고 있는 일 중 상당 부분은 기계로 대체될 수도 있다. 단순 사실보도를 비롯한 상당수 영역은 (로봇으로 통칭되는) 기사 자동생산 알고리즘으로 처리할 수도 있단 얘기다. 기자란 업에 대한 기본 개념을 바꾸지 않는 한, 상당수 영역이 4차산업혁명의 직접 영향권 내에 들어갈 수도 있다.


지난 달 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GEN) 서밋’에 다녀왔다. 그 행사에서도 로봇 저널리즘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물론 상당수 연사들은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보완해주는 존재’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충실하게 잘 활용하면 사람 기자들은 좀 더 고급스런 일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그 주장엔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알고리즘으로 생산 가능한 영역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과연 기자로서 난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는가? 황당하단 생각이 드는가? 한 때 전문직으로 통했던 자산관리 영역은 이미 로보 어드바이저가 무섭게 대체하고 있다. 자료를 기반으로 한 상당수 영역은 이미 안전지대가 아니다. 변신하지 않는 한,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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