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MBC 경영진 징계, 방문진서 논의"

'직원 사생활 감시' 트로이컷 책임 물을 예정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뉴시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12직원 사생활 감시논란으로 MBC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내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과 관련해, 당시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 이사장은 지난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광한 사장을 비롯한 현직에 있는 분들이)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고 금전적 피해를 입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사퇴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사회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사퇴문제도 같이 논의하겠냐는 김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도 라고 짧게 응수했다.

 

고 이사장은 30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도 “4일날 이사회에 트로이컷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와있다징계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미방위에서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내가 누구를 징계하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서 논의가 돼야하는 문제다. 이미 안건으로 올라와있기 때문에 그때 논의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질의응답을 시작하기 전 트로이컷 판결문을 공개했다. 그는 피고 차재실이 원고들의 사전 동의 없이 트로이컷을 설치해서 개인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 보관, 열람하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 방조하였으므로 안 사장이나 현직에 있는 분들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영 언론사에서 행해진 불법 사찰을 묵인하거나 조장, 방조한 경영진에 대해 대법원이 공동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당사자들에게만 맡겨놓으면 인사위원장이 부사장이기 때문에, 그가 사장징계를 논의할 수 없는 만큼 방문진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출석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트로이컷과 관련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그가 “(경영진들의) 사퇴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최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유를 정확하게 몰라서 그 부분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그래서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드린 것이라며 재차 묻자 최 위원장은 얘기는 들었지만 전체적인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지난 2012년 9월 이용마 전 MBC본부 홍보국장이 사측의 보안 프로그램인 ‘트로이컷’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MBC본부 제공)

트로이컷 논란은 지난 2012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좀비PC에 의한 해킹방지와 내부 전산망에서 유출되는 자료의 보안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며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사내 망에 설치했다. 사측은 자체 조사에서 보안시스템이 미흡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와 해킹차단 기능이 우수한 보안제품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노조원들은 해킹을 방지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까지 들어있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트로이컷에는 컴퓨터 사용자가 웹메일·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은 자료나 대화 내용부터, 이동저장장치 등에 저장된 목록까지 회사 중앙관제센터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로깅(logging)’기능이 포함돼 있었다. 트로이컷 프로그램은 시범 운영 3개월 만에 중단됐고, MBC본부는 김재철 전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 2013년에는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를 제기했다.


노사의 소송 공방은 이어졌고 결국 지난 5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 “MBC는 원고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트로이컷을 설치해 원고 노조들 및 원고 6인의 정보를 관제서버에 수집보관하고 나아가 열람까지 함으로써 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단결권 및 단체 행동권을 침해했다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미방위에서는 최명길 더민주 의원에 의해 백종문 녹취록과 관련한 청문회가 정식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녹취록과 관련해) 방문진은 겉핥기식 형식적 논의를 하고 지나가고 방통위는 논의할 사안이 되지 못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결국 국회가 다룰 수밖에 없다. 당과 협의해서 청문 요청을 미방위 정식 안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녹취록은 지난해 최민희 더민주 전 의원이 제기했던 것으로, MBC 간부인 백 미래전략본부장이 일부 기자와 PD'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인 바 있다.


MBC 해직 문제는 여소야대로 재편된 제20대 국회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꾸준히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는 30일 성명을 통해 사찰 감시의 불법행위자들이 여전히 공영방송사 사장 역할을 계속하도록 놔두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이고 방송과 언론의 수치라며 방문진은 당장 안광한과 이진숙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다음달 4일 열리는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는 트로이컷 대법원 판결, 백종문 녹취록과 관련한 경영진들의 징계 여부가 논의될 방침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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