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노조가 위원장을 찾는데 애먹고 있다. 노조위원장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수차례 재공고를 내거나 전임 위원장이 연임하는 상황이 잇따른다.
YTN은 지난 4월 노조위원장 후보자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나오지 않았다. 등록기간을 두 차례나 늘린 끝에 박진수 기자가 출마해 당선됐다. 한겨레도 후보자가 없어 지원기간을 2회 연장했지만 아무도 등록하지 않았다. 결국 현직 위원장인 최성진 기자가 단독으로 입후보해 오는 30일~7월1일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해 3월에도 노조위원장 후보자를 찾지 못해 3개월간 비대위 체제로 운영한 적이 있다.
국민일보도 지난 8~14일 노조위원장 후보자를 모집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시 21일까지 후보등록 기간을 연장했어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일보 노조는 노조위원장 후보 부재 탓에 28일 저녁 대의원회의를 열고 6월에 열렸어야 할 정기총회를 연기했다.
노조위원장뿐 아니라 기수별 내림차순으로 맡아왔던 기자협회장, 지회장, 직능단체장 등도 기수를 역행하는 추세다. 지난 5월 MBC PD협회장에 1984년 입사한 32년차 송일준 PD가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기자들은 이런 흐름이 언론사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철훈 스포츠서울 노조위원장은 “노조위원장이 희생하는 자리라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언론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노조위원장을 맡으면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도 부담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노조위원장 기근현상이 2008년 이후 기자 징계·해직 등 언론의 공정성 훼손과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면서 노조에 이념성을 씌웠고, 바른말 하는 기자들에 징계를 내리니 내부에서도 손드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그 이후 언론과 회사보다 입신양명을 좇는 권력형 기자들이 늘어났다”며 “먼저 현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회사를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면 돌파구를 찾을만한 또 다른 송곳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