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깔창 생리대' 보도로 기자상 받은 박효진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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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창 생리대’ 뉴스는 인권문제로 주목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처음 보도한 박효진 국민일보 온라인팀 기자는 “보도의 파장이 이정도일 줄 생각도 못했다”며 “온라인 기사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팀 소속 기자로는 이례적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사는 댓글에서 시작했다.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는 기사에 달린 ‘저소득층 소녀들은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 휴지, 신문지로 버틴다’는 댓글이 눈에 들어 왔다.


“생리대에 신발 깔창이라니… 설마 했죠. 사실이겠느냐는 궁금증으로 취재를 시작했는데 실제 이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정부·지자체의 저소득층 지원물품에 생리대는 빠져있었어요. 그동안 아이들은 경제적 부담과 수치심을 겪고 있었고요.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로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보도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러 매체에서 관련기사 수백 개가 쏟아졌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저소득층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의 후원과 지자체의 생리대 무상지원 소식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생리대 지원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생리대 인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확산됐습니다. 혼자 울컥해서 쓴 기사에 많은 분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다른 매체들이 함께 보도해준 덕도 크고요. 선배들이 늘 ‘기자는 약하고 소외된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해주셨는데, 그걸 지킨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죠.”


그는 기자상 수상이 사회문제에 더 큰 관심을 쏟는 동력이 됐다고 했다. 국민일보가 지난 3월 통합뉴스룸을 구축하기 전까지 그는 온라인뉴스팀에서 스포츠를 담당해 왔다. 이색 이력 때문이다.


박 기자는 국내 최초 여성 비디오분석관 출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농구선수로 활약했지만, 축구를 좋아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과 영국 첼시 여자축구팀에서 분석관으로 일했다.


“대학생 때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한국실업축구리그 명예기자단 활동이나 ‘U-17 청소년 월드컵’ 홍보팀에서 보도자료를 쓰는 일도 했죠. 분석관 생활을 마치고 언론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다시 꿈을 키웠어요. 먼 길을 돌아 결국 기자라는 꿈을 이뤘네요.”


그는 사회를 따뜻하게 보듬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의 기자상 수상으로 온라인 소속 기자들이 힘을 얻길 바랐다.


“온라인 기자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처우가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디지털 시대지만 아직도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온라인 뉴스의 중요성은 더울 커질 겁니다. 온라인 기자라고 위축되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도전하길 바랍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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