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속수무책 끌려다니는 언론

콘텐츠 무료로 주면서 언론사 수익 사실상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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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에 목매는 언론


‘좋아요’ 늘리는데 비용 지출 흔한 일
‘좋아요’ 1명당 1000~2000원
경영진 ‘좋아요’ 수 실적 요구


페이스북 ‘좋아요’를 늘리는 것은 ‘좋은’ 디지털 전략일까.
최근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이틀 새 두 배 가량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중앙일보는 한류 콘텐츠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전체와 달리 개별 콘텐츠 ‘좋아요’ 수는 기존 수십~수백 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종합일간지 한 온라인담당 부장은 “중앙일보가 이번 일에 돈을 썼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언론사가 페이스북 ‘좋아요’를 늘리는 데 광고비를 지출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 “우리도 초기엔 페이스북 광고를 사용했었다. 수십 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 만 원까지 광고비로 쓴 언론사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PV도 수익도 담보해주지 못하고, 언론사의 영향력마저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 참석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캡처)

‘좋아요’를 늘리는 방법은 쉽다. 돈을 쓰면 된다. 한 페이스북 마케팅 업체의 견적서를 보면 페이지 ‘좋아요’는 외국인 계정으로 1인당 20원이면 가능하다. 견적서에는 “고객님의 계정은 아무런 활동 없이 주문 주신 수량만큼 유입 받는 방식입니다. 계정에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작업 시간은 평균 24~72시간이 소요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쓰여 있다. 페이스북에 직접 홍보를 의뢰하면 ‘좋아요’ 1명당 1000~2000원선에서 결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의 ‘좋아요’ 늘리기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대부분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광고비를 지출한다. 하지만 광고비를 투입해 불린 ‘좋아요’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종합일간지 한 온라인부서 기자는 “오너 있는 언론사는 ‘좋아요’ 수로 실적 압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에 보여주기 식으로 이용하는 곳도 있다”면서 “나도 초기엔 ‘좋아요’ 수만 많아도 브랜드 파워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콘텐츠를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팬들의 충성심과 도달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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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뷰 줄고 수익 없어 


2월부터 도달률 뚝 떨어져
개인글·동영상 우대가 원인
수익모델이 아니라 지출모델
콘텐츠 납품업체 전락 우려


“‘좋아요’를 늘리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언론사도 있는데 과연 페이스북이 그만큼의 효용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경제지 한 온라인담당 국장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초기와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이 등장했을 당시 언론사들은 포털의 유통망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언론사들은 페이지를 만들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위한 전용 콘텐츠에 공을 들였다. 덕분에 일정 정도 PV(페이지뷰)를 올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페이스북에서 언론사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도 믿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제 양날의 검이 됐다. 페이스북이 더 이상 PV도 수익도 담보해주지 못하고, 언론사의 영향력마저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한 기사의 도달률이 줄어든 것이 한 예이다.


미국의 소셜 미디어 최적화 플랫폼인 소셜플로우는 최근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 때문에 언론사의 트래픽 유입량이 40% 가량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셜플로우에 따르면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들의 도달 건수는 지난 해 6월부터 올 1월까지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월부터 포스트 당 도달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소셜플로우는 페이스북이 언론사 페이지보다 개인 프로필의 글이나 동영상을 더 우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인스턴트 아티클 초기 협력 언론사로 SBS를 선정해 서비스를 시행해왔다. 지난 4월에는 모든 언론사와 퍼블리셔에게 인스턴트 아티클을 공개했다. (사진=페이스북)

국내 언론 역시 하락세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전적으로 알고리즘 탓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도달률이 최고점을 찍었던 때에 비해 반 토막 정도 났다고 증언했다. 박현철 한겨레 SNS 팀장은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가 들어간 게시물의 노출 횟수가 너무 떨어졌다”면서 “정확하게 수치를 뽑지는 않았지만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 떨어지는 기울기가 상당히 가팔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달률의 하락은 트래픽 하락, 언론사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페이스북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언론사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지 한 온라인뉴스국 팀장은 “페이스북이 동영상 콘텐츠를 중시하면서 언론사들이 너도나도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은 카드뉴스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에 비해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동영상은 페이스북 내에서 소비돼 언론사가 벌어들이는 것도 없다. 페이스북은 이제 수익 모델보다 지출 모델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지 온라인팀 기자도 “페이스북이 언론사들을 콘텐츠 납품업체나 광고주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문을 개방한 인스턴트 아티클 역시 언론사들에게는 고민거리다. 들어가자니 인링크(inlink) 서비스라 트래픽과 수익 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안 들어가자니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의 70%를 언론사에게 주는 등 당근정책을 내놨지만 5~6월 두 달간 인스턴트 아티클을 운영한 블로터는 지난 20일 운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메인 사이트의 트래픽이 일부 감소했고 광고 노출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해 의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익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초기부터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제공한 SBS 역시 PV나 수익 면에서는 이 서비스가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실장은 “우리는 서비스 자체가 새롭고 의미가 있으니까 참여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또 페이스북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툴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PV나 수익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검증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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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페이스북의 노예?


이용만 당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페북코리아 역할 요구 목소리
정기적 대화 통해 접점 찾아야


“페북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지난 15~17일 오스트리아 빈 과학홀에서 열린 ‘글로벌 에디터스 네트워크(GEN) 2016’에선 소셜 미디어에 비판적 관점을 제기해온 에브게니 모로조프(정치·IT평론가)가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언론사가 페이스북의 노예가 되어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갈 곳이 없다”고 고백했다.


PV와 수익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언론사는 쉽게 페이스북을 버릴 수 없다. 모로조프의 주장처럼 대안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페이스북 만큼 이용자 규모가 큰 시장이 별로 없어서다.


유창재 오마이뉴스 SNS 팀장은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가 1600만명인데 그 중 뉴스 이용자가 차지하는 규모는 작다. SBS도 팬 수가 76만명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만큼 시장이 아직도 넓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나온다 한들 답이 없다”면서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사들이 이용당하는 것에서 벗어나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지 한 온라인뉴스국 팀장은 “페이스북도 시장이라고 한다면 그곳에서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콘텐츠를 테스트해야 한다”면서 “사실 스타 기자 만들기나 기자 활용은 구닥다리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메신저 역할을 해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코리아와 언론사가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철 CBS SNS 팀장은 “페이스북 코리아가 본사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단독으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의지는 있는 것 같다”면서 “특수한 상황에 대비해 협의체를 꾸리고 정기적으로 언론사와 협의하면서 불만이나 애로사항 등에 응답해야 한다.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전달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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