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 사건으로 인권전문기자 꿈꾸게 돼"

이달의 기자상 2관왕 김광일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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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할 것 같았던 도전을 2년차 새내기 기자가 해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이달의 기자상을 한꺼번에 두 번이나 수상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 둔갑 판결’과 ‘구의역 사고 배후, 메피아 계약’ 기사다. 김광일 CBS 기자는 수습을 뗀지 1년밖에 안된 어린 기자지만 사내 선배들 사이에서는 ‘믿고 맡기는 후배’로 알려져 있다.


“중학교 때부터 오지랖 넓고 훈수 두는 걸 좋아했어요. 이런 걸 살리면 좋겠다 싶어 기자가 돼야겠단 생각을 했죠.”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주려는 마음이 컸던 김 기자는 어렸을 때부터 기자를 꿈꿨다. CBS에 들어와 고된 수습기간도 무사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는 오랜 꿈 덕분이다.


“강동구에서 메르스 공포가 퍼진다는 기사가 나올 때였어요. 당시 메르스 확진 후 이틀 만에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을 찾아야 했죠. 겨우 아파트를 찾아서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만났는데 자가격리 중이라 위험한 상태였죠. 그 당시에는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방송이 나간 뒤 유가족한테 연락이 왔어요. ‘이야기를 하고 마음이 풀렸다. 너무 고맙다’는 말이었는데, 그걸 듣고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지난 5월 선배가 던져준 하은이 사건도 그랬다. 처음엔 특별한 사건이 아닌 줄 알았는데 직접 피해자를 만나보니 완전히 이야기가 달랐다. 김 기자는 “이대로 기사를 내보내면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게 됐다. 당시로서는 적어도 신뢰는 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캡 선배가 무조건 현장을 가라고 지시했어요. 사실 굉장히 고되고 힘든 과정이었죠. 하지만 선배들의 그런 조언 덕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쓰게 됐고 이런 상도 받게 된거죠.”


기자상 수상은 기쁨과 함께 두려움도 동시에 안겨줬다. 아직 2년차인 그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며 칭찬하는 선배들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기쁘고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무서웠어요. 제가 2년 동안 일하면서 얼마나 알겠어요. 출입해본 건 사스마리밖에 없고 갖고 있는 실력도 정해져 있고요. 이렇게 뜨다가 한 순간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고요.”


하은이 사건은 장래 목표를 확실하게 굳혀준 계기가 됐다. 사회적 약자나 인권문제 쪽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꿈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억울한 사연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인 부분, 구조적인 시스템까지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조적인 빈틈을 다뤄 변화된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밝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김 기자는 선배들에게 생각해줄만한 메시지를 던지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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