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가져온 필연

[그 기자의 '좋아요'] 최두선 이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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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이투데이 기자

[책] 한강 ‘채식주의자’


예전부터 베스트셀러에는 흥미가 없었다.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에 나도 봐야 한다는 집단주의에 대한 반발이 강했고, 내가 원하는 책을 서점에 직접 방문해 찾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나의 취향은 인기와 상관이 없었다.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달 16일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for Fiction)을 받았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2007년 출간된 이 책을 9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접하게 됐고, 그렇게 빠져들었다.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보이드 톤킨은 ‘채식주의자’를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이같이 정의했다. 이 책이 그저 빼어난 문장력으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솔직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냈다는 점은 그 어떤 책보다 철학적이었고, 쉽고 재미있게 그려냈다는 몰입감이 마치 한 편의 영상물을 보는 듯 상상력을 자극했다.


▲한강 ‘채식주의자’ 표지.

그런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한자, 옛말을 즐겨 사용했던 기성 언론과 달리 지금의 언론은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라’고 조언한다. 쉽게 읽히는 글이 잘 쓴 글이고, 독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 현대사회에서도 아직 결론나지 않은 어려운 문제를 평범한 일상생활에 접목해 쉽게 그려낸 ‘채식주의자’의 흡인력은 본받을 만하다.


로스코몬은 독서를 두고 “친구를 고르듯 저자를 고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한강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타의로 접한 ‘채식주의자’가 직업적 방향성과 가치관 성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중친화적인 언론의 변화 속에 이 책은 기자의 고민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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