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미를 담은' 패러디의 매력

[그 기자의 '좋아요'] 임동진 한국경제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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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진 한국경제TV 기자

영화 ‘여인의 향기’. 1992년 개봉한 작품을 여태껏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주말 쇼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패러디한 것을 보게 됐고, 난 거기에 이끌려 당장 VOD 유료결제 버튼을 눌렀다. 장님 역할로 나온 알파치노의 탱고 장면은 ‘여인의 향기’의 하이라이트인데 이것을 코믹하게 재연한 모습에 원작을 봐야겠다는 맘을 먹은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여인의 향기가 훌륭한 작품이다’가 아니다. 패러디가 주는 즐거움과 신선함, 그 매력에 대한 얘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뚱뚱하게 표현한 그림을 본 적이 있는지. 이 작품의 작가는 콜롬비아 출신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로다. 그의 그림에선 인물이 풍선처럼 부풀어진 형태로 표현된다. 표정은 멍하다. 우스꽝스런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인간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고전의 진지함은 사라지고 친근함은 더해진다. 때로는 원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원작은 물론 비슷한 성향의 다른 작가에까지 관심이 생기는 건 덤이다.


패러디의 어원은 그리스어 ‘패로디아’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원곡에 대응하는 노래, 파생적인 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패러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흉내나 모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을 먼저 제대로 이해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기자의 삶이 패러디 작가와 같다고 느낀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그 뒤에 숨겨진 본질을 찾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긴 고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즐거움을 주든, 감동을 주든, 충격을 주든. 또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볼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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