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에 부모 직업이 필요한가요?

일부 언론, 가족 정보까지 요구
'스펙 타파' 시대흐름 역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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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이 시작됐다. 먼저 매일경제와 한국일보는 내달 최종 합격자 선발을 앞두고 막바지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타임스, 이투데이는 최근 수습기자 서류접수를 마감했고 TV조선도 채용연계형 기자·PD인턴 지원자 서류를 받았다.


연합뉴스TV는 오는 30일, YTN은 내달 1일, MBN은 내달 3일, 지역지의 경우 강원도민일보는 오는 27일, 제민일보는 31일까지 수습기자를 모집한다. 조선일보도 오는 25일까지 하계 인턴기자 지원서류를 받고 있다.


고시라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한 언론사 입사. 신입 채용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력서에 부모의 직업 등 불필요한 정보까지 요구하는 일부 언론사를 두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 언론사의 수습기자 지원서 양식. 세대주와 가족의 성명, 연령뿐 아니라 학력, 직업, 직장명, 부서, 직위까지 자세하게 기입해야 한다.

모 언론사의 수습기자 지원서에는 세대주란과 가족사항란이 있다. 세대주·부모의 성명, 연령뿐 아니라 학력, 직업, 직장명, 부서, 직위 정보까지 요구한다. 지원자 본인이나 부모의 고향인 본적, 수백 수천 년 전 자신의 시조가 태어난 본관까지 기입해야 한다.


기자 지망생 이모씨(27)는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왜 부모님의 직업이나 집안정보가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종합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등 생각보다 많은 언론사가 이런 것까지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빈칸을 채우지만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이득을 볼 수도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망생 김모씨(26)는 “가족사항을 입력하지 않고 지원했다가 면접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면접관에게 왜 칸을 비워뒀느냐는 질책을 들었다”며 “요즘엔 가족사항은 물론이고 스펙까지 적지 못하게 하는 게 트렌드인데, 몇몇 언론사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4년부터 대기업, 공기업을 중심으로 스펙타파 바람이 불었다. 그 이후 지원서에서 어학성적, 자격증 등 정량적 평가기준과 가족사항, 키, 몸무게 작성란은 사라지는 추세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 LG 등은 사진란까지 폐지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이달 초 로스쿨 지원자 수십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 친인척의 신상을 적고도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부정행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자들은 이제 이력서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일간지 부장은 “가족의 신상 요구가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며 “자사 이력서 양식을 보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후배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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