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출입처에 좌절하는 기자들

신규 언론사에 높은 진입장벽
보도자료 늦게 받는 등 불이익

  • 페이스북
  • 트위치

지난해 2월 세종청사 TV카메라 기자실은 YTN이 영상 풀단에서 제외되며 한때 소란을 빚었다. 당시 이슈가 됐던 세종시 엽총사건을 1보로 보도한 것과 관련해 카메라기자단이 ‘풀단에 사전 공지 없이 단독으로 보도했다’며 즉각 반발, YTN에 징계를 통보한 것. 영상풀에서 배제된 YTN은 기자실에서도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 YTN의 한 기자는 “풀단이 아니란 이유로 총리실 인터뷰 녹취를 못하도록 요구받거나 취재 편의를 위해 제공된 헬기나 차량 동승도 배제됐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따돌림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TV카메라기자단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카메라기자단 간사는 “출입처마다 명백한 룰이 있는데도 YTN은 징계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기자실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YTN은 인사이동으로 다시 풀에 합류됐지만, 기존에 있던 카메라 기자는 기자실에서 나와야 했다. 기자단은 “다른 언론사들 모두 1팀씩 자리를 사용하는데 YTN만 2명이 출입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YTN 내부에서는 “여러 명을 충분히 수용할 정도로 기자실은 넓다. 누구를 위한 규칙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단 권력 과시에 우는 기자들
출입기자단과의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는 기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폐쇄적인 출입처 기자실의 구조를 문제로 꼬집는다. 기자단이 높은 진입장벽을 쌓아 신규 언론사의 출입을 막고, 규칙을 어긴 언론사에 징계를 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출입처는 기자단에 기자실 관리를 맡기고 있다. 한 정부부처 공보 담당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출입기자가 아니어도 최대한 취재에 협조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기자를 다 챙길 순 없다”고 했다.



출입처 기자실 제도는 기자들이 단체행동을 통해 권력기관에 맞서 정보를 요구하거나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자들은 보도자료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날 미리 자료를 받아 기사를 준비할 수 있고, 출입처의 고위 간부 즉 핵심 취재원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단독이나 특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출입기자들의 만족감이 높아질수록 비(非)출입기자들의 소외감은 커진다. 국회에 출입하는 지역지 기자는 “상시출입기자가 아니면 일정을 문자메시지로 제공받을 수 없고 식사자리에도 낄 수 없으며 자리다툼도 치열해 새벽같이 나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폐쇄적인 출입처 기자실, 필요악인가
특히 정부부처나 사회부 법조, 경찰 등의 기자실은 유독 진입장벽이 높다. 신규 매체가 들어가려면 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승인하는데, 폐쇄적인 구조에 가입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TV조선은 서울지방경찰청(시경) 기자단의 가입 투표에서 연이어 미끄러졌다.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시도를 했지만 떨어졌다”며 “기자단의 텃세가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재 38개 언론사가 등록된 서울시청에 종합편성채널은 아직 정식 출입 매체가 아니다. 한 통신사 기자는 “기자인원, 기사 수 등 가입조건을 만족시킨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단에 밉보이면 (조건에) 부합해도 떨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기자단이 폐쇄적인 출입처 구조를 고수하는 건 무분별한 오보와 취재 과열 방지, 체계적인 보도를 위해서다. 갈수록 매체와 기자들이 늘어나며 모든 기자들을 여과 없이 받아주면 출입처와 취재 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지역 방송사 기자는 “검증되지 않은 언론사들이 소위 ‘조질 만한’ 아이템으로 겁박해 광고, 협찬을 요구할 수 있다”며 “특히 민감한 정보가 많은 법조 출입의 경우에는 높은 기준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리보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스포츠지 경력이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10여년 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온라인 신생 매체들이 연예부 출입 카르텔을 쉽게 무너뜨린 것을 볼 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종편의 기자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 취재원칙이 정해져야 하는데 기자들의 권리 남용으로 다양성을 제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차별의식과 홀대문화, 편가르기가 난무한 기자 사회는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이진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