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품인가요" 디지털 인턴들 호소

인턴에 온라인 업무 떠넘겨
야근해도 시간외 수당 안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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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제작한 건데도 기자들이 자기 바이라인을 다는 건 흔한 일이죠.” 한 일간지 온라인부서의 계약직 직원인 A씨는 밖에서 본 디지털뉴스룸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고 토로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업무를 인턴과 계약 직원이 메우는 실정에서, 그 성과를 일부 기자들이 가져가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A씨는 “회사는 디지털콘텐츠를 강화·지원하고 힘을 실어주겠다며 대외홍보를 많이 하지만, 사실상 내부에서는 ‘예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업무 떠넘기고 바이라인 날치기까지
대학생 인턴 기자들이 온라인부서의 업무를 떠안게 되며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뷰징(기사 받아쓰기), 포토샵, 영상 편집 등 전반적인 제작 업무에 투입되지만 정작 취재는 배울 수 없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의 인턴 B씨는 “단순 업무량만 많아졌을 뿐 질적으로 나아진 건 전혀 없다. 오히려 예전엔 기자 선배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각자 콘텐츠 생산에만 바쁘고 조직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언론사들은 디지털뉴스를 담당할 인턴을 꾸준히 모집한다. 이들은 대개 3~6개월간 어뷰징, 영상 편집, 포토샵 업무 등에 투입된다.(사진=다음 ‘아랑카페’)

구멍 난 관리는 직원들의 억울한 경우로 이어지기 일쑤다. 인턴이 애써 제작한 콘텐츠는 다른 기자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인턴이나 계약 직원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떠안고 있지만, 업무를 지시한 기자들만 성과를 인정받는 구조다. B씨는 “정규직 전환이 되는 일반 회사 인턴과 달리 우리는 6개월씩 교체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 영상팀 기자는 “디지털을 유배지로 생각한 간부들이 ‘어서 편집국으로 돌아가자’는 마음뿐이라 책임감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보여주기에만 급급해 보고서만 윗선에 잘 올리고 나면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당 4만~5만원 ‘열정페이’ 논란
인턴의 낮은 급여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무는 늘어났는데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편집 때문에 정시에 퇴근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시간외 수당은 꿈도 못 꾼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의 인턴을 하다가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C씨는 “일당 4만~5만원선에서 정해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부장이 ‘정규직 전환’을 희망고문 삼아 자료분석, PPT제작 등 개인 업무까지 떠넘기기도 한다. 식사도 거르고 저녁에 취업 스터디도 빼먹기 일쑤”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스펙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입사할 때 불이익이 될까 도중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인턴들은 디지털콘텐츠 제작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기자들이 온라인 부서를 좌천으로 여겨 기피하는 데다, 온다고 해도 인턴만큼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 온라인이 생소한 기자들에게 기획이나 기술 능력 등과 관련한 재교육은 필수다. 한 일간지 온라인 부서 기자는 “새로운 이슈에 민감하고 값도 싼 인턴을 돌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며 “인턴과 디자이너, 편집자 등 온라인 직원들은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소통이 안 된다. 조직 체계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한경, 디지털 정규 채용 눈길
최근 일부 언론사들은 온라인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앙일보 디지털콘텐트 부문의 경우 지난 2월 “향후 1~2년 내 데이터분석 전문가 등 50여명의 기술 개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며 개발과 디자인, 사업, 운영, 기획 분야의 정규 인력을 모집했다.


한경닷컴 뉴스랩도 영상이나 데이터 전문가를 채용, 이들에게 저널리즘 재교육을 시키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에디터를 추가로 채용한 것을 포함해 비쥬얼 에디터 2명, 영상에디터 1명, 소셜에디터 1명까지, 팀장 포함 총 6명의 전문 인력은 지난 6개월간 인포그래픽과 영상 콘텐츠를 속속 내놓고 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랩 팀장은 “(다른 언론사들은) 인턴이 퇴사하면 그 역량을 뒷받침해줄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콘텐츠 생산의 중요성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 빠르게 조직 개편을 한 덕분에 성과도 좋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VR(가상현실) 콘텐츠를 내놓으며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 팀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정규 인력을 늘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장기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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