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 기자의 '좋아요'] 한병관 일요신문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한병관 일요신문 기자

[영화]모노노케 히메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알았다. 그 중에서도 ‘모노노케 히메(1997년作)’는 여전히 큰 울림으로 남는다.


이 작품은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신(神)과 이를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싸움을 그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타타라 마을은 인간을 대변한다. 마을 사람들은 산에 매장된 철을 캐고 이를 제련한다. 반대로 신들은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개발에 대항한다.


두 세력 모두 선과 악이 뚜렷하진 않다. 각자 살고자 하는 이유가 있을 뿐.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신들도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도 근본은 선한 사람들이다. 전쟁과 기아 속에서 버림받은 가엾은 이들이 한데 모여 마을을 일궜다. 이 사람들은 한 번 잘 살아보고자 산에 갔을 뿐이다.


▲영화 ‘모노노케 히메’ 포스터.

신과 인간의 싸움으로 한 소년은 저주를 받게 된다. 인간의 공격을 받아 죽음의 신으로 돌변한 자연신이 한 소년에게 서서히 죽어가는 저주를 내린 것이다. 다행히 이 소년은 현명했다. 어렴풋이 자신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결국 두 세력의 화해와 공존이 해답임을 깨달았다. 이 소년이 두 세력 간 중재자로 나선 이유다.


신과 인간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서로가 미웠다. 상대의 파멸만이 답이었다. 두 세력이 깨닫게 된 때는 결국 모두가 파괴됐을 때였다. 이때서야 중재자로 나선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극단을 치닫고 있는 갈등과 반목의 시대다. 정치판도 그렇고, 계층 간의 갈등도 심하다. 실체조자 없는 우리사회의 좌우 이념 논쟁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고 있다. 각자가 나름의 이유를 들며 상대를 ‘악’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 갈등의 양상 속에서 진정한 선과 악은 존재하는 것일까. 앞서 모노노케 히메의 원작 포스터에는 ‘함께 살아라’라는 간결한 문장이 등장한다. 이 거대한 서사시를 압축하는 단 한 줄의 표현이다.



한병관 일요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