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다. 대림산업 지하 1층에 기사 대기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향했다. 출입증이 없어 주차장 출구를 거슬러 들어갔다. 그러나 기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재벌은 이미 칼을 쥔 권력이었다. “수행기사의 짐승만도 못한 현실을 보도하겠다”며 다가가면, 그간의 고달팠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기사가 나온다고 우리한테 좋을 줄 아느냐”는 대답은 기자에게도 충격과 상처로 다가왔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 보도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한 줌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바람을 붙들고 계속되는 퇴짜에도 휴대전화 버튼을 눌렀다. 곪아 있던 물집은 결국 터져 나왔다. ‘사이드미러 접고 운전하라, 폭언에도 참으라’는 수행가이드도 입수했다. 첫 기사가 나가자 제보도 잇따랐다. 수행기사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보도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 조사에 이 부회장은 폭언, 폭행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부끄러움’을 잊어가고 있다. 품위를 점점 잃어가는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새삼 깨달았다.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작은 노력에 격려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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