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원영이 사건

제30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강영훈 기자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강영훈 기자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던 2016년 3월, 이번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매번 의심해야 하는 기자임에도 "길에 버렸다", "살해는 안 했다"는 계모와 친부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매일 평택을 오가며 원영이의 행적을 추적해보니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이 너무 많았다. 온몸이 멍든 채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고 다니고, 밥을 먹을 때는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삼키던 원영이에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적인 학대가 가해지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초기 충실한 현장 취재는 취재팀이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하는 관행적 보도에서 탈피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파헤치기로 뜻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 문제는 원영이가 실종된 지 3주가 됐다는 점이었다.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모두의 염원과는 달리 원영이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차디찬 화장실에 갇혀 락스 학대와 찬물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낸 원영이가 숨져간 그 시간, 계모와 친부는 족발에 소주를 마셨다. 이들은 시신을 이불에 둘둘 말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들 부부의 악행을 글로 담아내는 일은 원영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보도할 때 만큼이나 힘들었다. 사건기자를 하면서 이토록 간절했던 적이 있나 싶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원영이의 무사귀환을 기도했고, 진심을 담아 기사를 작성했다. 취재팀이 한마음이 돼 그렇게 쓴 기사가 한 달 동안 100건이 넘었다.


그럼에도 취재팀의 '원영이 사건' 취재는 현재 진행형이다. 살인죄가 적용된 계모와 친부에 대해 법의 엄중한 심판이 가해지는지, 원영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등. 헤아려 보면 여전히 할 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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