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탄핵정국 결말은 어떻게 되나

[글로벌 리포트 | 남미]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에서 벌어진 탄핵정국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만큼 안갯속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막장 드라마다.


반전 스토리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비리 의혹으로 사법 당국의 수사 대상이 된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자 지역 연방법원 판사들이 잇따라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고, 상급 연방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연방대법원이 또다시 판결을 뒤집으면서 정국은 혼돈에 빠졌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달 17일 하원을 통과했고, 지난 6일에는 상원 특별위원회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의견서가 채택됐다. 이제 남은 것은 탄핵심판과 상원 전체회의의 탄핵안 표결이다.


상원 표결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41명 이상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심판이 시작된다. 탄핵심판은 최대 180일간 계속되며 이 기간에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탄핵심판에서 적법성이 인정되면 탄핵안은 다시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지고,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 가결된다. 이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퇴출당하고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테메르 부통령이 채우게 된다.


탄핵 일정이 진행되면서 브라질 사회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론이 두 갈래로 갈리며 서로를 적대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범죄자들로부터 브라질을 해방시켜야 한다”며 탄핵을 지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브라질의 수치이자 민주주의 위기”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쿠데타 논란’에 휩싸였다. 호세프 대통령이 정치권의 탄핵 시도를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정국 혼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선을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탄핵을 주도해온 테메르 부통령은 “이거야말로 쿠데타”라고 반박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새로운 내각 구성을 추진하는 부통령으로서는 조기 대선 카드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로 보아 탄핵심판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상원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탄핵심판과 상원 표결을 포함해 앞으로의 일정에 여론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의견이 70%에 육박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65%에 달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60% 이상이 대통령과 부통령 동반 퇴진 이후 조기 대선을 시행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면서 여론의 흐름도 상당히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외국 언론은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에 연루됐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회계법 위반이라는 다소 애매한 사유로 추진되는 탄핵은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탄핵을 지지하는 의원 상당수가 부패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남미 좌파 진영은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를 중남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쿠데타’로 규정했다. 남미 국제기구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브라질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은 “브라질 우파가 호세프를 탄핵으로 축출할 수는 있어도 위기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경제 규모 세계 7위권인 브라질의 대통령 탄핵 문제는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성화 봉송이 시작됐으나 사실상 관심 밖이다. 브라질은 탄핵정국을 통해 위기대응능력을 시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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