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어버이연합 소식 전한 기자 교체 논란

홍보실 관계자 "프로그램 개편 때문"

  • 페이스북
  • 트위치

KBS가 자사 라디오 방송에서 보수단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탈북자를 동원해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소위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뉴스를 브리핑한 기자를 돌연 교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KBS라디오2국은 지난 22일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지난달 초부터 ‘간추린 모닝뉴스’ 코너를 방송해 온 이재석 국제부 기자를 교체하고, 해당 코너를 불방시켰다. KBS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 교체는 하루 앞선 21일 방송에 대한 이 모 2라디오국장 등 간부들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었다. 이 기자는 이날 코너에서 ‘어버이연합 게이트’ 소식을 전하며 ‘타사 보도를 인용했고’, ‘가정형의 표현을 써’ 브리핑을 진행했는데 이게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 사이트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청취자들이 기자 교체에 대해 게시글을 남긴 모습.(KBS홈페이지)

이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 “JTBC와 시사저널을 비롯한 몇몇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일단 전경련이 돈을 보낸 사실 자체는 확인이 되는 것 같다”며 “전경련이 사실상 집회를 은밀하게 지원하고 동원했다 이렇게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디오국 간부들이 이날 보도국에 기자 교체를 요청, 보도본부장 주재 회의까지 열린 끝에 이 기자는 당일 저녁 코너 하차를 통보받았다. 이에 지난 25일부터는 다른 기자가 출연하고 있는 상태다.


KBS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등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관련 보도에 미온적인 KBS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병도 KBS기자협회장은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교체 사유가 터무니없다”며 인용보도와 가정형 표현 모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새노조도 이날 ‘청와대-어버이연합-KBS는 일심동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에 대한 KBS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새노조는 기자 교체와 관련해 ‘방송편성규약’에 보장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 밝혔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늘(25일)자 라디오 개편을 앞두고 프로그램 코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취한 조치”라며 종합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관리자의 관리책임도 있다”고 전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