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정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아장아장 정치부' 연재 고승혁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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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보실에서 주는 김밥은 밥이 질지 않고 시금치와 당근 등 재료의 본 맛이 담백하게 느껴진다. 반면 당 대표실 김밥은 느끼하고 식감이 좋지 않다. 마른 밥알에 미원으로 간을 더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밥도 꽤 맛있다는 소문이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정치부 말진(막내기자), 고승혁 국민일보 기자에게는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기록거리다. 당에서 제공하는 김밥과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국회의원들 저마다의 말의 빠르기, 정치인의 컬러링 등이 그에게는 신선한 글감이고, 기사에 채 담지 못한 뒷이야기, 당직자와 보좌관과의 관계 역시 쓸 만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를 출입한 이후부터 이 내용들을 ‘아장아장 정치부’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그게 소문이 퍼져 지난 18일부터는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코너를 개설하고 글을 연재 중이다.


고 기자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중부 라인(서울 용산구·중구)을 돌던 때다. 그는 쿰쿰한 냄새가 나는 2진 기자실에서 잠을 청하며 결심했다. 이 생활이 끝나고 부서 배치를 받으면 블로그에 모든 것을 기록하기로. 뭐든지 기록해야 의미가 남는다고 생각했고, 그는 어차피 기록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으레 그렇듯 사회부로 배치될 거라 생각했던 고 기자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가감 없이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고 기자가 처음으로 배정된 부서는 정치부였다.


신분증을 들고 오지 않아 국회의사당 안내데스크에서 쭈뼛거리던 막내기자는 그렇게 자신의 정치부 생활과 생각을 블로그에 옮기기 시작했다. 주제는 처음부터 확실했다. 거대한 정치 담론을 제외하고 막내기자이기에 쓸 수 있는 사소하고 말랑말랑한 것들을 쓰는 것이었다. 그는 국회를 출입하며 그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을 기록해 나갔다.


“논설위원과 반장이 다루지 않을 만한 사소하고 눈에 안 띄는 걸 쓰려고 노력했어요. 또 뭐든지 익숙해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자잘한 것들을 지금, 보일 때, 최대한 주관적이고 재미있게 쓰고 싶었죠. 매번 정치 기사를 쓸 때마다 딱딱한 소재를 딱딱한 문장으로 쓰니 그와 정반대의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컸고요.”


정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건 어려웠지만 그는 적절한 ‘짤방’을 첨부하고 틈틈이 ‘연기대상’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하며 최대한 신선하게 정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노력 덕분인지 재미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들었다.


“정치부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사이동이 없는 한 계속 글을 쓸 것 같습니다. 9개월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거든요. 다만 언젠가는 의미 있는 단독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블로거가 아닌 기자니까 단단한 팩트를 찾아내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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