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7년의 세월, 고달픈 그들의 여정

YTN·MBC 해직언론인 조명
다큐 '7년-그들이 없는 언론'
30일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김진혁 교수, 2년여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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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징하게 지나온 시간인 것 같습니다. 1년이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7년이 되고. 매년 마지막이라고 얘기하는 게, 그리고 안에서 이런 얘기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유신 YTN 기자는 울먹였다. YTN 기자들이 해직 7년을 맞은 지난해 10월6일, 그들의 해고와 투쟁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보고 난 후였다. 영상에서는 이명박 대선후보의 언론담당 특보였던 구본홍씨가 지난 2008년 YTN 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부터 노조원들의 반발과 해고,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법적 공방이 담겨 있었다. 해직기자를 비롯해 이들과 함께 싸웠던 동료들은 영상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7년간 그렇게 지난한 싸움을 했지만 결국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은 회사로 돌아오지 못했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다룬 김진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오는 30일부터 3차례에 걸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사진은 영화 캡처.

이날 영상은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만든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일부였다. 김진혁 교수는 MBC와 YTN 등 해직언론인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자는 언론노조의 제안을 수락해 2014년 초부터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다. 김진혁 교수는 “나 또한 EBS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부담이 됐지만 못 한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면서 “인터뷰 위주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생각했지만 내용을 보니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해직언론인뿐만 아니라 그들이 없는 언론까지 조명하려다 보니 2년을 훌쩍 넘겨서야 제작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지금까지 22명의 언론인이 해고됐다. 그 사이 언론인들은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의 다큐멘터리에는 평범한 언론인들이 왜 거리로 내몰렸는지, 그들을 내쫓은 인사들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복직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해직언론인들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그들이 내면적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도 다룬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없는 언론이 어떻게 망가져 가고 있는지 또한 담담하게 서술한다. 김진혁 교수는 “해직언론인들은 명예를 위해 긴 시간을 버텼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회사에 복귀하지 못했고 언론은 ‘기레기’로 상징되는 등 일차적으로는 패배했다”면서 “그럼에도 수많은 언론인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오는 30일부터 5월2일과 4일, 3차례에 걸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해직언론인들도 김진혁 교수의 초청을 받아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를 감상한다. 박성제 기자는 “해직언론인 문제가 영화로 나온다는 자체가 비극”이라면서 “해직언론인은 정권에 장악돼 일그러져 있는 현 방송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조승호 기자는 “세월이 지나면서 해직언론인 문제도 많이 잊혔는데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작품이 나와 고맙다. 설사 복직이 못 된다 해도 미련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복직되지 못한다면 이것이 선례로 남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언론인이 권력에 대해 반대를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해직언론인들은 단순히 해직언론인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 어떤 배경과 의도가 있는지 관객들이 파악하길 원했다. 이용마 기자는 “언론 문제는 우리와 굉장히 밀접하다. 언론이 공권력의 남용과 횡포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면서 “관객들이 해직언론인 문제 자체보다 그 문제가 언론과 우리 사회에 끼칠 전반적인 영향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종면 기자는 “언론의 수준이 이렇게 된 근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객들이 그 부분을 고민해주면 좋겠다”면서 “근원에 언론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욕망이 있었다는 것, 그 욕망이 제어되지 않으면 언론인들이 해직되거나 징계당하거나 보도가 망가진다는 것을 이 영화를 계기로 한 번 더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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