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유지하면서 디지털 강화 통할까?

인디펜던트 종이신문 폐간에 전문가들 위기 심각성 강조
신문에 의존하는 한국 언론 '묻지마 클릭 경쟁'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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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윤전기가 멈춰 섰다. 이날 1면 제목은 ‘STOP PRESS’. 인디펜던트는 발행 30년 만에 디지털 언론 환경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1986년 기자 4명이 독립 언론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이후 부수가 40만부를 넘으며 ‘가디언’과 함께 영국의 유력지로 꼽혀온 신문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했고, 종이신문은 4만부까지 추락했다. 반면 온라인판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290만 명에 이르렀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미디어를 접어야 하는 비극은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5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전년보다 5.8%p 증가한 65.4%로 집계됐다. 4년새 6배가량 뛴 수치다. 반면 텔레비전(-0.3%p), 종이신문(-5.3%p), 라디오(-4.8%p), 잡지(-0.8%p)는 모두 전년도보다 떨어졌다.


인디펜던트의 종이신문 폐간에 대해 한 일간지의 기자는 “최근엔 레이디경향도 30여년 만에 사실상 폐간하지 않았나. 내가 있는 곳도 이렇게 될 수 있단 생각에 불안하다”고 밝혔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단순히 특정 매체만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훌륭한 저널리즘을 선사해온 언론사의 영향력 훼손이란 점에서 ‘공동체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주말판 인쇄를 끝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을 선언했다. 오른쪽 사진은 가장 성공한 온라인 저널리즘으로 평가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의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

인디펜던트의 폐간은 저널리즘의 위기와 생존의 위협을 동시에 맞닥뜨린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는 “해외 언론사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쏠림이 심해 위기감이 확산되며 디지털 혁신에 치중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언론사들은 종이신문의 수익에 여전히 의존하며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했다. MBC의 한 기자도 “우리나라는 기업이 언론 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지면에 광고를 하는 관행 때문에 급격하게 신문 광고 시장이 줄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대다수의 언론사 온라인 광고는 애드네트워크가 일괄적으로 맡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성인물 등 민망한 배너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대기업이 언론사 홈피 광고를 기피하는 이유다. MBC의 한 기자는 “낚시 기사만 올라오는 사이트에 광고할 큰 광고주는 없다”며 “광고주가 탐낼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미디어가 성공시키기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아직까지 신문 산업 이해당사자 중에는 ‘지면’이 갖는 가치를 실제 필요성과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옹호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모바일 광고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를 통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종이와 온라인을 동시에 발행하는 데 있어서 인력 및 투자부족 등의 고질적인 문제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포털과 페이스북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묻지마 클릭경쟁’이 악순환을 키우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발표된 ‘2015 여론집중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체부문의 여론영향력 점유율 분포에서 신문 영역은 조선일보(24.6%)가 1위, 텔레비전은 KBS(29.9%)가 압도적인 선두를 보였지만 인터넷뉴스 부문에서는 네이버(55.4%)가 과반을 차지했다. 조선일보는 2.1%, KBS는 0.1% 그쳤다. 윤영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학부 교수는 “BBC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의 공영 방송사들은 방송 부문에서도 1위, 인터넷 영역에서도 약진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공영방송은 (온라인 부문에서) 전혀 터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일간지의 기자도 “각 언론사가 기존의 채용 과정이나 조직 구도, 비즈니스모델을 그대로 고수한 상태에서 ‘좋아요’ 경쟁에만 열을 올리는 등 뚜렷한 목적과 차별화된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개별 언론사의 브랜드는 사라지고 뉴스 소비자가 더욱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속보와 단독보다는 디지털 기획기사로 저널리즘을 구현해 그 안에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높여 장기적인 수익을 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일기획 정수영 디지털캠페인팀 차장은 “SNS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볍고 쉬운 콘텐츠를 구독하게 하고 네이티브애드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과, 심층기사와 인포그래픽 자료,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활용한 고품질의 콘텐츠로 꾸준한 방문자를 확보하는 것을 함께 진행해야 저널리즘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방송사의 온라인팀 기자는 “기존의 취재방식을 버리고 기자 조직과 기술 파트 간의 벽을 허물어 기사와 코딩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만능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핑턴 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나에겐 좀비와 ‘아미(Army)’가 있다”고 말했다. 좀비란 기사만 쓸 줄 아는 사람, 코딩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허핑턴포스트엔 둘 다 할 수 있는 ‘아미’가 있다는 의미다. 허핑턴 포스트와 버즈피드는 온라인에서 수익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우리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에 놓여있다. 업무의 질과 방향, 고용의 조건 등 근본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며 “언론 종사자들은 교양 있는 시민들을 발굴해 함께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장해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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