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도

제30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1부문 /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 겸 기자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 겸 기자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전횡을 취재하면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에 의해 세상이 어둠에 뒤덮여 있음을 의미하는 사자성어 ‘혼용무도’가 떠올랐다. 방 사장이 들어온 후 아리랑TV는 혼용무도 그 자체였다. ‘이대로 2년이 흘러간다면 조직이 과연 남아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직원들의 자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방 사장 취임 후 1년 만에 아리랑TV는 1인에 지배되는 개인회사가 되었다.


방송과 경영의 총책임자들이 방 사장의 경기고와 KBS 인맥 등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친위대’가 만들어졌고 비리전력이 있는 인물이 갑자기 중요보직을 맡았다. 외주사 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에서도 온갖 추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반대파로 몰리면 하루아침에 좌천 발령에 감사대상으로 몰리는 사태를 보면서 누구 하나 쉽게 전면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방 사장의 해외 호화출장, 비정상 업무활동비 사용내역, 입찰비리에 대한 자세한 제보내용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기사가 나가도 MBC 김재철 전 사장 때처럼 공연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어 방 사장의 퇴진은커녕 거꾸로 제보자들만 보복인사의 대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 사장 비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색출작업이 시작됐다. 관련 부서에 이메일과 전화로 반론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었고 어렵게 통화가 된 방 사장은 “나는 이딴 전화 받지 않는다”며 거칠게 전화를 끊기도 했다.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공개된 후에도 가족동반 해외출장을 부인하던 방 사장이 두 손을 든 것은 국내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내역에 대한 후속취재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아리랑TV는 방 사장 퇴진 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혼용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가 방석호와 측근들 비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전 직원을 상대로 먼지털이식의 ‘물타기 감사’를 진행하면서 조직 전반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은 내부고발자들이 거꾸로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용기가 언젠가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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