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훈장

제30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KBS 최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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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최문호 기자

“훈장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 상훈법 제2조에 나오는 ‘서훈의 원칙’이다. 당연히 명예로운 일이다. 사회적으로 칭송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취재팀의 서훈 정보공개 청구를 비공개 처분했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에서였다. 소송을 냈다. 3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간 소송 끝에 승소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정보는 부실했다. 전체 72만건 중 6만건 정도를 공개하지 않았고, 나머지 대부분도 사유가 없거나 두루뭉술했다. 결국 취재팀은 국무회의록과 정부 인사명령 등 다양한 취재를 통해 나머지를 모두 찾아냈다.


72만건의 훈장 전수 데이터를 일별하면서 느꼈던 첫 번째 의문은 ‘우리나라에 간첩을 잡아 훈장을 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것이었다. 의문은 곧 ‘이 훈장들이 진짜 간첩을 잡아서 수여된 것일까? 혹 만들어진 간첩도 있지 않을까’로 이어졌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진위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누가 간첩이고 누가 조작된 간첩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국방부, 경찰, 국정원, 진실과 화해위원회 등에서 발간한 과거사진상규명 보고서를 바탕으로 누명을 벗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사관들을 추적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사관들은 자신이 받은 훈장에 대해 말하기조차 거부했다.


이 취재는 언론의 과거 잘못에 대한 속죄의 성격도 갖고 있다. 과거 공안기관이 간첩조작 사건을 발표할 때, KBS를 비롯한 언론은 받아쓰기식 보도를 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가족 중에는 그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 분들도 있었다. 취재기자들은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비록 개인 자격이지만 그분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취재 이후, 지난한 데스크 과정이 있었다. 당초 작년 7월 말 예정이었지만 방송은 계속 미뤄졌다. 내용이 민감하기 때문에 데스킹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재데스크는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 중에는 불법연행, 감금, 고문을 받은 사실이 증명돼 무죄가 났지만 진짜 간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조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 프로그램 제목에 대한 취재팀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훈장’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취재팀은 여전히 ‘간첩조작과 훈장’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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