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

제30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광주일보 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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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김형호 기자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23일 경찰서 관계자와 통화하던 중 생소한 말을 들었다. 전파 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광주 전파관리소 직원들의 제보로 사기 도박단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선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이는 일당을 검거했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위치를 알아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파관리소 직원들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전파 발신지를 추적해 알아냈다”고 설명해줬다.


전파관리소 직원들은 보유한 장비로 사기 도박단이 송수신한 영상과 대화를 원거리에서 중간 수집하는 기술이 있었고, 도박단의 불법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수시로 이를 수집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기자와 대화를 나눴던 일부 경찰도 전파관리소가 보유한 기술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세상이 어느 땐데 영장 없이 중간에서 대화나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파법에 따라 전파질서 보호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전파를 탐지(단순 탐지)하는 행위는 목적은 정당해 보였다. 하지만 통신보호법에 따라 엄연히 영장 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생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평소 연락하던 변호사 2명에게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수사기관 관계자에게서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기관 전파관리소 국민 상대 불법 감청 의혹 파문’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보도를 해나갔다. 취재 과정에서 광주뿐만 아니라 강릉, 대전 등 지역 전파관리소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전파감시를 이유로 내세워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청을 해왔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때마침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권한 강화를 수반하는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던 시기여서 지역에서도 기사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다. 민변 광주지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보도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앙전파관리소 측은 전파감시 업무 과정에서 영장 주의를 따르고 업무 절차 전반을 되짚고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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