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MBC·방문진 자료제출 요구 무리"

野 방통위원 발의 안건 상정도 못해...輿 "방송 독립성 침해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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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4일 ‘MBC 녹취록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제출과 특별조사 실시를 요구한 야당 추천 위원들의 제안을 의결사항으로 올리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추후 상임위원 간담회 등을 통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해지만 다수를 점한 여당 상임위원이 반대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사태를 두고 방통위가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MBC 관련 녹취록에는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으며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통제했다는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 등이 담겨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4일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는 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발의한 ‘MBC 및 방문진 자료제출 요구 등에 관한 건’을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올렸다. 앞서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이 지난 1일 상임위원 간 티타임에서 MBC 녹취록 파문의 진상규명을 위해 MBC와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안건 초안을 공유하고, 4일 전체회의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의결사항으로 상정돼 자료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해당 안건이 의결사항이 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에 그쳤다. 안건 공동 발의자인 김재홍 부위원장은 “상임위원의 의안제출은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데, 일반안건도 아니고 심의의결 제의사항으로 포함된 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모든 의원은 의견을 제의할 수 있지만, 심의의결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각 호에 해당하지 않아 심의의결 사항인지에 대한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녹취록 공개 후 언론시민단체의 위원장 면담과 방통위 특별조사 요청에 대해 ‘노사갈등에 해당하는 문제인 만큼, 방통위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개입거부의사를 밝혀왔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이날 발의한 안건에서 제작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규정한 방송법 제4조를 거론하며 MBC와 방문진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3년 재허가시 MBC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성실한 이행여부를 방통위가 점검해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부당 불법 해고가 이뤄졌고, 제작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한 문제다.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방통위가 조사에 나서야 할 사안”이라며 “방송의 공적책임, 사회적 책임을 지키지 않은 MBC와 방문진에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하는 것은 방통위의 기본 책무이고 이걸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MBC녹취록 사태를 두고 방통위의 조사를 요구한 것이 방통위 설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청자 불만사항 처리에 해당하는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다. (경영진이) 증거 없이 노조원을 해고하는 것을 넘어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하고 교양제작국을 폐지하면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편성에 대한 개입도 본인들 입을 통해 확인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해야한다. 공영방송이 무너진 뒤에도 ‘방통위는 책임 없다’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두 위원은 방문진법 제16조, 민법 제37조 등에 따라 방통위가 방문진 등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적극적인 법의 해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MBC와 방문진에 대한 방통위의 자료제출 요구가 ‘월권’이며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법에서 천명한 중립성을 고려할 때 이 사항은 방통위의 직무가 될 수 없다. 방통위의 직무에 해당하는 법적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 불만 처리 등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이 조항에 의거해 처리된 안건은 대부분 계약상 문제나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것이었다”며 “재허가 권고 이행여부는 재허가 심사 시점에 반영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꼭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170일간 파업이 된 상황과 매우 흡사한 상황으로 번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며 “그동안 시민단체라고 하는 제3자가 MBC내부 노사분쟁에, 공대위를 만들어 노조 입장만을 주장하고 있는데 한쪽 주장에 편승해 마치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되는 데 방통위가 휩쓸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사갈등이 첨예한 시점에서 담당 본부장이었던 사람이 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울분을 토하거나 자기의 직무에 대해 과시, 과장할 수도 있었을 거다. 편성에 관여했다 얘기하더라도 실제로 개입해서 실행됐는지 알지도 못한다”라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최성준 위원장은 추후 상임위원 간담회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 안건이 위원회가 심의의결할 수 있는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제출받더라도 후속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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