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치부 폭로한 성완종 회장이 주인공"

한국기자상 수상자 수상소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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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제47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에서는 기자들의 진솔한 수상소감이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국기자상을 받기까지 응원하고 격려해준 제보자에게, 동료에게, 가족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수상자들은 “상을 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면서 “언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언론이 맡은 역할을 다 하겠다. 더 나은 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수상자들의 수상소감 전문이다.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한국일보 기자들.

<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 강철원 한국일보 기자
처음 받는 한국기자상이라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온다. 짧게 말하겠다. 사채왕 현직판사 유착보도가 2014년 4월8일 첫 보도됐다. 2년 만인데 심사위원들이 잊지 않고 평가해줘 감사하다. 10개월 만에 사실관계가 밝혀졌는데 그 사이에 한국일보 선후배들이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이 상을 받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끝까지 취재기자의 보도를 믿고 격려해준 한국일보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성완종 최후의 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경향신문 기자들.


<'성완종 최후의 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기수 경향신문 기자
먼저 이렇게 역사도 깊고 권위 있는 상을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성완종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머리를 맞대고 이끌어준 편집국장, 함께 팀을 이뤄 80일간 추적 보도한 후배들, 이 자리에 축하하러 와준 동료 선후배 모두 고맙다. 며칠 전 성완종 회장의 장남으로부터 카카오톡이 왔다. 지금 외국에 있는데, 이완구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이 나온 그날 밤이었다. 이것저것 마음 고생하셨다면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 생각이 무척 나는 날 같았다. 아버지의 육성 인터뷰가 법정에서 증거로 공식 채택되고 죗값을 받는 사람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여전히 진실의 일부만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의 주인공은 무엇보다 열 달 전 스스로 권력 실세들에게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을 부인하지 않고 스스로의 목숨을 던지면서 살아있는 권력들의 속살과 치부를 폭로한 성완종 회장이라고 생각한다. 망자의 인터뷰로 상을 받는 마음이 항상 무겁다. 꽤 오랜 시간 심적 트라우마도 있었고, 많은 방송과 언론에서의 인터뷰나 상도 마다했다. 성 회장이 죽고 100일째 되던 7월 말 쯤에 그의 아들과 성 회장이 목매달았던 북한산 때죽나무 밑에 가봤다. 아들이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부장님 상 안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받으세요. 지금도 저렇게들 덮어버리려고 하고 있는데 상을 받으면서 아버지가 했던 말, 그 진실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새겨주셨으면 해요. 아버지도 하늘에서 그걸 원하실 겁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큰 상을 받은 소감을 이 말로 대신할까 한다. 두 달 뒤면 1주기가 올 텐데 다가올 설에도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슬퍼하고 있는 유족들에게, 이 순간 하늘에서 보고 있을지도 모를 성 회장에게 이 상을 드리겠다. 감사하다.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으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이승욱 시사저널 기자(사진 오른쪽).


<재향군인회 '돈 선거' 의혹 및 향군 비리 커넥션 추적> 이승욱 시사저널 기자
아직 많은 분들께 기사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올해 시사저널 창간 27주년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있었는데 시사저널이 그동안 계속 유지해온 것은 강한 뉴스에 대한 요구였다. 강한 뉴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이것을 어떻게 언론에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다. 언론 환경에 대해 앞서 많이 지적했지만 과거와 다르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저 역시 느끼고 있는데 기자상 수상하면서 비판과 견제가 얼마나 중요한 사명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자상을 준 한국기자협회 분들에게 감사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지난해 11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누나가 울면서 저희 어머니가 암이 걸리셨다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지금 항암 2차 치료 중이다. 이번 상 수상을 알게 된 건 암을 인지하고 나서인데 이 상이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큰 힘이 되고, 쾌유를 빨리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 그리고 제 아내, 딸 송화, 아들 서준이 등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부모에게 감사하다. 마지막, 잊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식구들 저만 수상해 죄송하고 앞으로 더 많은 수상작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상 고맙다.


▲'기업발 경제위기 시리즈'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매일경제 기자들.


<기업발 경제위기 시리즈> 노영우 매일경제 기자
경제위기에 대한 보도를 할 때 항상 저희가 유념하는 것은 경제위기 보도는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의 교훈이었다. 또 경제위기론을 남발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 것도 유념했다.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두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며 보도했고 그 보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 특히 저희가 234개 좀비기업 상장사 명단을 취재했을 때 한 기업이라도 명단이 잘못됐으면 엄청난 위험이 있었다. 그럼에도 취재진을 믿고 보도한 편집국장 이하 데스크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보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준 한국기자협회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한겨레신문 기자들.


<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임인택 한겨레 기자
우리나라에서 한국기자상만큼 의미 있고 명예로운 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저는 세 번째 받게 됐는데 고생한 바가 없지 않지만 많은 운이 따랐던 것 같다. 특히 이번 보도는 기획만 했을 뿐이지 밤낮없이 취재하고 몸통을 구성해 독자를 울린 기자는 제 앞의 동료 기자들이다. 또 오래 전 시작된 기획이지만 많은 지원 덕분에 5명이 한 팀을 구성해 석 달 이상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있어 미안하지만 아동학대보도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였다. 20살도 되지 않아 사라진 이름과 꿈 하나하나를 한겨레가 호명하고 위로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르몽드 창간인이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고 했는데 아픈 진실을 아프게 어른들에게 전달하면 아동학대 사망 정도는 충분히,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과욕이었던 것 같다. 며칠 전 뉴스에서도 봤듯이 사회가 아이들을 호명하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아동복지는 아이들 피를 먹고 겨우 나아진다는데 아이들 희생으로 한겨레 보도도 상을 받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동료들과 이 상을 준 의미를 아주 오랫동안 곱씹도록 하겠다.


▲'세월호 탐사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정은주 한겨레21 기자(사진 가운데).


<세월호 탐사 보도>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한겨레21은 세월호와 2년간 동행했다. 왜, 어떻게 2년간 동행하게 됐을까, 어제 잠깐 생각했다. 세월호 사고가 난 후 잡지 마감을 마치고 금요일 밤차로 현장을 갔다. 진도체육관을 갔고 2박3일 동안 있다가 월요일에 올라왔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단 한 명도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그냥 진도체육관 2층에 누워서, 앉아서 그냥 48시간을 그대로 있다 돌아왔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불빛이 있는 곳에서 엄마, 아빠들이 울다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왔다. 지난 2년은 그 48시간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2년 동안 동행할 수 있었다. 제가 혼자 서 있는 이유는 한겨레 기자들 전부가 같이 했기 때문이다. 다 여기에 설 수 없기에 저 혼자 올라왔다. 그 시간을 반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허락해준 한겨레21 편집장과 출판국장, 사장님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저희의 기록은 끝나지 않았다. 어제도 원고를 마감하느라 글을 쓰고 왔는데 앞으로도 이 반성을 끝내지 않겠다. 감사하다.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노윤정 KBS 기자(사진 오른쪽).


<광복 70년 특집 다큐멘터리 '끌려간 소녀들, 버마전선에서 사라지다'> 노윤정 KBS 기자
기라성 같은 선후배들이 많은데 큰 상을 세 번이나 연속으로 받게 돼 어깨가 무겁다. 위안부 취재하면서 처음으로 오지 취재를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것, 생각한 것이 많은 시기였다. 한 시간 정도 서있으면 모기가 40~50방 물리는 곳까지 우리 할머니들이 가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고, 태국 일본 중국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전쟁과 인권문제를 관심 있게 연구하시는 분들을 보며 부끄럽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는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생각을 스스로도 했었는데 많은 걸 느낀 시간이었다. 한국기자협회가 이 상을 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할머니들이 모두 다 해결이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언론으로써 관심 갖고 취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감사하다.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경기일보 기자들.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 류설아 경기일보 기자
수상소감을 말하자니 가슴이 뭉클해서 말을 잇기 힘들다. 수상한 것도 기쁘지만 앞선 쟁쟁한 분들의 수상소감을 들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명감과 심적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이 상을 타면서 다시 취재후기를 써야 했기에 메르스 사건 기사를 돌아봤다. 지역에서 한 민간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코호트 지정을 먼저 요청했음에도 기본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그 요구조차 묵살해 결국 전국으로 확산된 비극적 사건이었다. 전국의 언론사가 보도했는데 경기일보가 상을 탔다는 점에서 뿌듯하지만 경기도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정부의 무능이 더 드러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취재후기를 쓰면서 메르스라는 단순한 질환 바이러스보다 변명과 거짓이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더 큰 변명과 거짓이 만들어내는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그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퇴치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회장님과 가장 먼저 앞선 판단을 해준 편집국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두 돌 된 딸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어젯밤 갑자기 고열이 나서 못 데려왔다. 내년에 또 상을 받으라는 계시인 것 같다. 앞으로 당당한 여기자로, 당당한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겠다. 감사하다.


▲'산업재해 은폐 의혹, 그들은 왜 119 구급차를 되돌려 보냈나'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청주CBS 기자들.


<산업재해 은폐 의혹-그들은 왜 119 구급차를 되돌려 보냈나?> 박현호 청주CBS 기자
이 자리에 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어려운 만큼 기쁨도 큰 것 같다. 한국기자상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간 수상소감 자리에서 진부한 소감이 나올 때마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생각했었다. 오늘 저도 진부한 소감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상의 무게에 비춰 지난 취재과정이나 내용을 되돌아보면 참 아쉽기도 하고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이 상을 계기로 아쉬운 점들을 되새겨서 이 상이 부끄럽지 않은 더 나은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부산일보 기자들.


<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박진국 부산일보 기자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셔서 감사하다. 기자생활 하는 동안에 어느덧 트로피를 3개 모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시상식을 왔다. 멀리 살다 보니, 또 지역신문에 있다 보니 안 보내 줘서 못 왔는데, 와서 보니 많은 도전과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도중에 잘리지 않고 높은 사람이 된다면 수상한 기자를 꼭 올려 보내고 싶다. 오늘도 같이 못 온 동료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이번 보도가 의미 있는 것은 경찰팀에서 한 기획이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더러운 하천에 장화를 신고 들어가 현장 곳곳을 누볐다.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때 시경캡을 하면서 후배들을 고생하는 자리에 몰아넣고, 밤늦게 보냈는데 참아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항상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것도 감사하다. 이 보도는 시민사회의 응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보도다. 이 보도 이후 굉장한 파장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한때 몰락했던 민간 거버넌스가 회생하면서 하천 복원이 원점부터 시작됐다. 도와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이 보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구현을 했는데 관심을 끊지 않고 끝까지 하천정책을 감시하며 언론의 역할을 하겠다. 감사하다.


▲'시각장애인들 길바닥 언어를 잃다'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한국일보 기자들.


<시각장애인들 길바닥 언어를 잃다>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
누구나 가슴 속에 열정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열정을 어떤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내는 데는 혼자만의 노력보다 여럿이서 힘을 합쳤을 때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느끼고 있다. 많이 부족한데도 큰 상을 받게 된 데는 지금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의 힘이 보태진 덕분이다. 항상 저희에게 격려와 응원 아끼지 않는 한국일보 선후배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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