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사건

제30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MBC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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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준희 기자

“아이는 고아원에 잘 돌아갔나요?” 과자를 훔치러 들어온 11살 소녀를 경찰에 인계했던 슈퍼 주인은 첫 통화에서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이는 혹시라도 자기를 집에 되돌려 보낼까봐 보육시설에서 도망쳤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지옥과도 같은 그곳에서 A양은 맨발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어른 3명은 2년 넘게 아이를 굶기고, 가두고, 때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은 당사자, 바로 친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작년 12월19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16kg 소녀’의 사연이 처음 공개되던 순간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과연 학교는 몰랐을까’였습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분명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입으로, 눈으로, 아니면 시퍼렇게 멍이 든 온몸으로 구조 신호를 보냈을 테니까요. 만약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면, ‘이상하게 생각한 누군가가 틀림없이 아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과정이니까요.


그러나 학교-주민센터-교육당국으로 이어지는 헐거운 감시 시스템은 결국 A양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민심이 들끓자 사회부총리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제도 개선을 지시했습니다. 교육부는 뒤늦게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충격적인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도로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커졌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A양이 이른 시일 안에 예전의 웃음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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