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앞세워 방송사 길들이려는 방통위

방송평가규칙 개정 강행 제재
감점 2배 강화 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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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지난 22일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가 될 것이란 지적을 받은 방송평가 규칙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개정안은 방송사 재승인·재허가시 반영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 관련 심의제재 감점을 현행보다 최대 2배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치심의 논란을 일으켜 온 방심위의 권한이 강화된 데 따른 우려와 함께 수적우위를 점한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의 다수결 강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지난해 10월 행정예고했던 방송평가 규칙개정안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업자가 공정성·객관성·재난방송·선거방송 심의규정의 동일항목을 3회 이상 반복 위반하는 경우 방송평가에서 감점이 2배까지 확대된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시 6점, 법원의 정정보도·허위보도에 의한 명예훼손 판결시 8점을 감점하는 항목도 신설됐다. 방송사업자와 언론노조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며 행정예고시 개정안에 ‘방송사 자율구제를 위한 제도에 대한 가점’ 조항 등이 추가됐지만, 기존 방송평가 규칙보다 감점이 강화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이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사진은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뉴시스)

이는 방송사업자들과 언론시민단체, 학계, 야당 추천 상임위원 등이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의사를 밝혀온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사가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이를 방심위가 제재할 경우, 방송사 재승인·재허가에 반영되는 감점 폭이 커졌고 이는 결국 방송사 경영진과 데스크는 물론 기자들에게도 위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방심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 다수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불공정 심의 논란에 휩싸여왔다.


야당 추천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방송평가 (감점)반영비율을 상향하자는 전제는 (방심위의) 방송심의 결과에 신뢰성, 공정성, 객관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방심위의) ‘정치심의’, ‘이중잣대’ 등 논란의 결과들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상태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최근에도 방송심의 과정에서 TV조선 패널의 ‘막말’에 낮은 수준의 제재를 내리려다가 사달을 치렀다. 야당 추천 장낙인 방심위 상임위원이 타 매체와의 제재 수준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퇴장, 앞으로 해당 소위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것. 그는 지난 25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심의 기준이 매체에 따라) ‘이중잣대’가 아니라 ‘삼중, 사중잣대’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여야 6대3이지만 소수 의견을 받아줄 자세가 돼야하지 않나”라며 “일단 이번 주 방송소위엔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라고 전했다.


방통위의 이날 회의에서도 주요사안에 대한 의결과정마다 반복돼 온 정부여당 위원들의 ‘합의 없는 다수결’ 강행이 여지없이 이뤄졌다.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은 “합의를 거치지 않고 다수 의사로 상정했고, 다수결로 통과시킬 거다. 반대토론하고 개진할 이유를 느끼질 못한다”며 회의 중 퇴장했다. 위원회 내 여야 3대2의 구조 속에서, 중대하고 논란이 많은 안건을 두고도 실종된 합의제 기구로서의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소급 적용이 가능한 점을 들어 추가논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올해 방송평가에 적용해야 하는 만큼 빠른 개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2015년 업무계획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라며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심의에 대해 규정한 방송법 제32조의 적정성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문제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총선을 불과 80일 앞둔 지금 선거방송심의까지 포함한 규칙을 개악하려는 건 방송 종사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의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총선보도 길들이기’를 중단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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