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의 민낯 드러낸 MBC

최승호·박성제 '증거 없이 해고'
'백종문 파일' 진상조사 목소리
기협 "안광한 사장 진실 밝혀야"
MBC "사실 아닌 허위보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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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문 본부장 녹취록 주요 발언>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알고 애들을 해고시켰거던,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그런데 이 놈들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에요.

이거는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고, 크게 봐서는 마지막으로 국가 사회의 모든 것이 달린 일이다. 뭐 소송 비용이 얼마든, 변호사가 몇 명이든 수십 명이 들어가든…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그거는 (변호사)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거는 진짜 대한민국 사회의 명운이 달려있는 거라 이거지.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뉴시스)

MBC 경영진의 핵심 간부가 지난 2012년 파업으로 해고를 당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해 “아무 증거도 없이 해고했다”고 자인한 녹취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한식당에서 사내 직원들과 인터넷매체 인사 2명을 만나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 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하든가 (해고무효소송에서) 4대 2 정도가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있다”며 “그 둘은 증거가 없다. 그런데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를 시켰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또 “해고시키면서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 그래서 둘은 우리가 그런 생각 갖고서 했는데”라고도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녹취파일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012년 당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170일 간의 장기 파업을 벌였다. 이에 회사는 노조 간부와 노조원들을 상대로 해고와 정직 등의 징계를 내렸고, 그 과정에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등 6명이 해고됐다. 이들은 당시 평조합원인데도 해고돼 논란이 일었다. 징계를 내린 인사위원회에는 현 안광한 사장이 위원장으로, 백 본부장은 인사위원으로 있었다.


최민희 의원은 “2000여명이 종사하는 MBC가 직원 3~4명밖에 안되는 극우 인터넷매체를 만나서 말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며 “사측이 평조합원인 이들을 노조의 후견인으로 보고 아무 증거도, 이유도 없이 해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권 해바라기식 소수 경영진이 구멍가게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5일 ‘MBC ‘백종문 발언’ 진실 밝혀야‘ 성명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해직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백 본부장은 정당한 사유도 없이 뛰어난 두 명의 언론인을 1300일 넘는 시간 동안 해직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안광한 사장도 백 본부장의 발언을 ‘사적인 대화’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26일 MBC 상암동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가 백종문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 꼬리자르기로 끝나지 않도록 시청자 국민과 함께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진 야당 위원인 유기철, 이완기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에 면담을 요청하고 긴급 이사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고 이사장은 두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2월4일 정기이사회가 예정돼 있으니 녹취록 문제를 안건으로 다룰지 말지 다른 이사들과 얘기해보자”면서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고 해도 시간을 다툴 정도로 시급한 건 아니다. MBC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당사자가 처벌받으면 될 일”이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해고는 인사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해고자들이 파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직접적 증거가 다소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마치 근거없이 해고했단 의미로 왜곡한 것은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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