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3 채널의 폐쇄가 남긴 숙제

[글로벌 리포트 | 영국]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공방송서비스(Public Broadcasting Service)가 반드시 예산 감축을 해야 할 경우 어떠한 구조조정안을 선택해야 할까? 일방적인 인력 감원이나 재배치보다는 그 공적 목적에 맞는 방식을 찾아내야 그에 대한 반발이 덜할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공방송서비스인 BBC가 지난 왕실 칙허장 협상에서 보수당 내각에게 약속한 10억 파운드의 예산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채널 폐쇄안이 그러한 예로, 대내외적으로는 매체환경과 시청행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로나 페어헤드(Rona Fairhead) BBC 트러스트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는 2월에 예정돼 있는 BBC3 채널의 지상파 송출 중단은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TV 시청 행위의 증가를 고려해 “BBC 채널을 재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2014년 2월, 토니 홀(Tony Hall) BBC 사장이 그 채널 폐쇄를 최초로 제안했을 때 밝혔듯, 그 ‘진짜’ 이유는 약 5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채널 예산을 축소하는 것이다.


채널 하나를 통째로 없애고 최신 시청 트렌드에 맞춰 그것을 ‘온라인 전용’으로 바꾸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에 여론이 잠잠했을리 없다. BBC 트러스트가 그 채널 폐쇄안에 대한 공적협의(Public Consultant)를 진행하며 그 제안의 공적가치를 검토하는 동안 무려 30만명이 넘는 수신료 납부자들이 그것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BBC 경영진은 BBC3 채널 뿐 아니라 BBC를 대표하는 지상파 뉴스 채널마저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추가적으로 발표했다. TV에서 모바일로, 뉴스 소비 행태가 변화하는 것에 발맞춰 지상파의 ‘롤링(Rolling) 뉴스’를 온라인 전용의 ‘스트리밍(Streaming) 뉴스’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BBC의 모든 제도적 변화는 그 경영진이 아닌, BBC를 감독하는 독립기구이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BBC 트러스트의 승인을 거쳐야만 추진될 수 있다. 그런데 세간의 반대 여론이 거셌음에도 불구, 예상외로 BBC 트러스트는 BBC 경영진의 제안을 순순히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BBC 트러스트는 약 1년간의 공적협의 기간 동안 BBC3 채널의 주 수용자층인 16세에서 24세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TV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에서 TV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시청행태를 보였다고 밝히며, 결론적으로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고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BBC 경영진의 제안은 “공적 가치의 효율적 전달”을 위해 타당해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TV라는 올드미디어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뉴미디어로 전환시키는 파격적인 ‘매체 실험’이 BBC와 같은 대규모 방송조직에 의해 진행된 사례는 아직 없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BBC 트러스트가 BBC3 채널을 온라인에서 전용화한 후 약 18개월 동안 그 결과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영국 일간지들은 올해 미디어 트렌드로 올드미디어의 온라인 서비스 진출을 꼽으며 현재 BBC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BBC 뉴스 채널의 폐쇄안 역시 이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다른 지상파 채널들까지 유행처럼 온라인으로 이동하려는 것은 공공서비스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기술적 변화에 뒤쳐진 사람들 역시 공공방송서비스가 배려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노령의 수신료 납부자들은 BBC3 채널의 폐쇄와 같은 급격한 매체 변화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것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까지 고려하는 신중한 매체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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