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욕설 섞인 회사 비판글 올린 직원 해고

새노조, "임기 4일 남긴 조대현 사장 최악의 흉기 휘두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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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직원을 해고했다. 상사에 대한 욕설이 포함된 자사보도 비판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KBS의 명예를 훼손하고 게시판 운영지침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징계보다 훨씬 높은 극단적인 인사 조치를 두고 조대현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온다.

KBS는 지난 18일 신 모 씨에 대한 특별인사위원회에서 “취업규칙 제4조(성실) 및 제5조(품위유지)를 위반하고, 인사규정 제 55조 제1호, 제3호에 해당하여 ‘해임’에 처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지난 8월 인사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으로 신 씨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 것이다.

 

 

인사위는 신 씨가 지난 7월2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강선규 본부장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롯됐다. 신 씨는 해당 글에서 자사의 불공정보도에 대한 책임을 보도본부장에게 물으며 욕설 등을 사용했었다. 관련 부서가 이에 게시물을 삭제하자 신 씨는 욕설 부분을 뺀, 같은 취지의 글을 다시 올렸고, KBS는 지난 8월 그를 중앙인사위원회에 회부, ‘해임’을 결정했었다. 

 
KBS는 그밖에도 공사의 보도와 방송을 폄훼하고 비방한 점(4회), 전자게시 관리지침을 상습적으로 위반한 점(15회) 등을 ‘해임’의 사유로 꼽았다. 특히 과거에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2회의 징계처분 등을 받았는데 또 다시 사규를 위반한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신 씨가 보도본부장에게 욕설을 한 과오를 인정한다며 공개사과를 한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

KBS구성원들은 회사에 대한 비판을 해임의 사유로 보는 건 ‘초유의 사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욕설을 한 부분 등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극단적인 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KBS 한 관계자는 “물러나는 사장이 해임에 사인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언어는 세련되지 못했지만 경영진을 향한 건전한 제언을 해고사유로 보는 건 초유의 사태”라며 “기본 노사관계에서도 안 될 일이지만 일반직장보다 언로의 자유로움이 보장돼야 할 조직에서 이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새 사장을 의식해 새 경영진에 편입하고 싶은 경영진 일부의 폭거고, ‘눈치보기’라고 본다. 앞으로의 회사 분위기를 보여주는 전초, 징조가 될 것 같다. KBS구성원이라면 반드시 문제제기 해야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의 조합원이기도 한 신 씨는 지난 2013년 김인규 전 사장 퇴진을 내걸고 진행된 파업 당시 쓴 독려글을 이유로 감봉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엔 2013년 올린 11건의 글이 ‘특정 정치인 및 세력을 확대부각시키거나 강조 비방하는 내용’이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맞기도 했다. 새노조 설립 후 지난 두 번의 파업에서도 앞장 선 신 씨는 해고를 통보받고 큰 충격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노조는 19일 긴급 성명을 내고 “임기만료를 4일 남겨둔 조대현 사장이 KBS역사상 최악의 흉기를 휘둘렀다”고 규탄했다. 새노조는 “우발적인 상황에서 한 순간 감정에 치우친 실수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라는 살인 선고를 내린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KBS 구성원들에게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영원히 정권의 나팔수, 청와대 낙하산 사장의 머슴으로 살라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신 씨에 대해 법률지원, 기금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KBS 사측은 “해임 결정의 가장 큰 사유는 공사 경영진에 욕설 및 폭언”이라며 “8월 1심에서부터 해임결정이 나왔고, 9월25일, 11월9일, 11월1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재심을 진행했다. 신중을 기했지만 당사자의 행위 비위 정도가 중하고 고의성이 있어 ‘공사 징계양정 등에 관한 지침’에 의거, 해임 이상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조대현 사장은 지난 19일 오전 재심 결과에 대한 결재를 하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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