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조작? '음원 사재기' 실체 추적해보니

제30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정제윤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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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윤 JTBC 기자

한 제보자가 JTBC 탐사팀 앞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같은 기종으로 보이는 수백 대의 휴대폰이 진열대에 놓여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수년 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음원 사재기’ 공장이었다. 중국에 위치한 이 공장에서 특정 가수들의 음원을 지속적으로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 받아 음원 차트에서 순위 올리기 작업을 한다는 거였다. 취재진은 이 사진 한 장을 시작으로 음원 사재기 실태 추적에 나섰다.


취재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 등록돼 있는 팬 아이디들을 전수조사해보기로 했다. 가수 수십 명의 팬 아이디들을 일일이 분석했고, 멜론 차트에 등록된 팬 아이디들 중 다수가 위와 같은 가짜 추정 아이디들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보도 이후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JYP 대표 박진영씨 등 대형 기획사 대표들도 보도 이후 “실제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고 인정했고, 일부는 브로커에게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업계에선 JTBC 보도 이후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성과는 사회2부 전진배 부장과 손용석 팀장의 지도 아래 탐사팀원들 모두 힘을 합쳤기에 가능했다.


음원 차트에 올라와 있으면 ‘좋은 곡인가?’하고 아무 생각 없이 듣던 노래들이 이번 취재 이후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이번 보도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는 있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위권 진입은 꿈도 못 꾼다고 말하던 한 무명 가수의 원망 섞인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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