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아이 2만명

제30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최종권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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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권 중앙일보 기자

“삼촌 친구 있어요? 우리는 없어요.”


지난 7월 충북 음성의 한 외딴 마을에서 만난 자혼기르 형제가 웃으며 물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부모와 만나 인터뷰를 할 때도, 좋아하는 햄버거를 선물로 줬을 때도 줄 곧 아무 말이 없던 아이였다.


말이라도 붙여 볼 요량으로 차 트렁크에 있던 축구공을 꺼냈다. 한참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같이 놀았다. 늘 동생과 둘이서만 놀았던 자혼기르에게 나는 첫 한국인 친구였던 셈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 사회에는 자혼기르 형제처럼 숨어사는 아이들이 2만명이 있다. 젖소농장 옆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사는 무국적 신분의 3살 디누리. 비인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대학에 갈 수 없는 17살 앤. 3개월여 동안 취재팀이 만난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했다.


이번 기획은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인권 문제를 다뤘다. 키울 수 없어 버려지는 아이들과 신분세탁을 통해 본국에 보내지는 이른바 ‘아기 택배’라는 부작용도 담았다.


보도 후 ‘죄는 없지만 불법은 불법’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다. 반면 아이들을 돕겠다는 수십 통의 이메일이 취재팀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이번 보도가 미등록이주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앞서 아동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그들의 인권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이들의 실상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 주신 세이브더칠드런 등 전국의 외국인인권보호센터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또 아낌없는 조언과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권혁주 부장과 기획팀 선후배 동료들에게도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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