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밖 변두리 인생과 교감, 내 안의 편견이 보이더군요"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펴낸 강윤중 경향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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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중 경향신문 사진기자

그의 책은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 소외되어 있는 자들을 조명하고 있다. 철거민과 독거노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차별과 편견의 고개를 넘느라 힘겨운 사람들의 삶이 16꼭지에 담겨져 있다. 강윤중 경향신문 사진기자가 최근 펴낸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의 이야기다.


강 기자는 2002년 시작한 경향신문 사진 기획물 ‘포토다큐’를 취재하면서 사회 밖 변두리에 있는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찌 보면 강 기자에게 ‘낯선 삶’이었다.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른의 외로움을 몰랐다. 그럼에도 그는 ‘잘 알고 있다’,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그는 자신 안의 선입견과 편견을 계속해서 만나야 했다. 강 기자는 자신의 편견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깨닫기를 바랐다. 이 책이 나온 이유다.


사실 책이 나오기까지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그가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10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사진기자 5년차 즈음 당시 조선일보 사진기자였던 채승우 선배가 낸 책을 보고 그는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글을 모았고, 취재기나 지면에 싣지 못한 말들, 취재 당시의 느낌이나 상황을 글로 정리했다. 그렇게 7년여를 모았을까. 20개 정도의 주제를 200자 원고지 4~5매로 정리한 그는 모은 글들을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러나 30군데가 넘는 출판사는 묵묵부답이었고, 그나마 진행시키자고 한 곳에서도 담당자가 퇴사해 출판이 무산됐다. 그는 한 번 더 용기를 냈다. 출판사 10군데에 글을 보냈고 다행히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그의 책은 힘들게 세상 빛을 봤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표지

힘든 건 출판 과정만이 아니었다. 사진기자가 글을 쓰는 건 말 그대로 ‘고통’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온전히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사진기자가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지는 않잖아요. 표현해야 하는데 표현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게 참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밋밋하게 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대신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화하고 이면의 것을 보는 힘은 사진기자에게도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사진기자인 만큼 책에 들어가는 사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한 꼭지에 5~6장의 사진이 들어갈 것을 대비해 두 배 정도 되는 사진을 고르고 중요도까지 부여해 편집자에게 넘겼다. “글에 머무는 시간만큼 사진에도 시선을 두게 하고 싶었어요. 사진과 글이 대등하게 보일 수 있도록 얘기가 많이 담겨 있는 사진 위주로 골랐죠.”


그렇게 공을 들인 책이기에 그에게 16개의 챕터는 모두 소중하다. 그들과의 만남이 강 기자에게 큰 배움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어요. 그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짧게는 3~4일, 길게는 2주 동안 함께해야 했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들과 진실하게 교감하는 순간, 그 순간은 언제나 감동이자 보람이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항상 감사해했어요. 온전하게 자기 얘기에 귀기울여준 사람이 없었다면서. 기자들이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편견에서 벗어나 주변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요즘,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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