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에 어른거리는 청와대 그림자…사장되면 노골화할까

청와대 KBS사장 개입 폭로 나와
여권이사 전원몰표와 맞아떨어져
이인호 이사장 "강동순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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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전 감사 폭로 주요 내용>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KBS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이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달라고 했다”
“김인규가 고대영을 데리고 다니며 서청원도 만나고, 대통령한테 인사시켰다”
“이사를 뽑을 때 각서 비슷하게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다짐을 하다시피 했다”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기 전에 거의 매일 이인호 이사장과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화 통화를 했다”



“우리가 이런 사람(고대영)을 받기 위해서 여덟 달 동안 고생을 했습니까, 참 답답합니다.”
폭로가 있었다. ‘국민의 방송’ KBS의 사장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강동순 전 감사의 발언, 여기에는 고대영 KBS사장 후보자에 대한 이 같은 평가도 포함됐다. 강동순 전 감사의 말에 따르면 이는 여권 인사 이인호 KBS이사장이 털어놓은 속내였다. 이후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투표는 일사불란했다.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2차 투표에서 KBS이사회 여권 이사들 7명은 몰표를 줬다. 고대영 후보는 최근 KBS사장이 되는 마지막 관문,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강동순 전 KBS감사가 KBS사장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핵심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인호 KBS이사장에게 연락해 ‘고대영 낙점’을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다. (왼쪽부터) 이인호 이사장, 청와대 전경, 고대영 KBS사장 후보자.(뉴시스)

강 전 감사 주장의 핵심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연락해 고대영 후보의 낙점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여권 이사들이 이견을 갖고서도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맥락도 이해가 된다. 더욱이 이 주장은 유력 사장 후보로 거론돼 온, 친 여권 인사 강 전 감사의 입에서 나왔다.


강 전 감사는 지난 12일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지금 절차상으로는 이사회 거쳐서, 청문회 거쳐서, 그 다음에 대통령이 사인하게 돼 있지만 이건 형식 논리고, 맨 마지막 단계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이) 7표를 몰아준 사람은 VIP가, 대통령이 (결정하지.)”라고 발언했다. 이어 “추석 연휴 때 김 모(청와대 수석)가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고 고대영이가 (청와대 지명 후보로)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 달라고…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수석에게) 전화 받았다는 거를 누구한테 이야기했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의 파장은 지난 16일 고대영 KBS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강타했다. 고 후보자는 ‘사장 최종 후보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누구와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청와대 개입을 겨냥한 질문에 “없다. 누구와 (사장 도전을) 의논한 것 없고 제가 (두 차례 탈락한 후) 세 번째 사장에 도전을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강 전 감사와 고 후보자가 각각 5표씩 받았고, 2차 투표에서 고 후보가 7표, 몰표를 받았다”며 “고대영 후보자가 (입후보를) 혼자 결정했다고 믿기 힘든 이유”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고 후보자가 보도국 간부 시절 KBS기자협회와 양대 노조로부터 역대 가장 높은 불신임을 받고, 현대차 골프접대 등 구설수에 오른 당사자란 점을 거론하며 “그럼에도 사장 입후보를 어떻게 (자의로) 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특보를 통해 ‘청와대 개입설’에 관한 강 전 감사의 추가 발언을 공개했다. 소문만 분분했던 ‘청와대 개입설’의 구체적인 정황이 그려지는 내용이었다. 요지는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은 물론 A이사에게도 개별적으로 연락해 ‘고대영 사장 만들기’를 요청(?)했다는 것, KBS이사를 뽑을 때부터 청와대가 각서 수준의 다짐을 받았다는 것, 김인규 전 KBS사장이 사장선임에 개입했다는 것 등이다.


강 전 감사는 특보에서 “김성우 수석이 이인호 이사장과 A이사한테 그런 얘길한 건, 다른 이사들한테도 공감대를 사전에 넓혀달란 얘기”라며 “추석 연휴 이후 여권 이사 7명 중 6명이 참석한 모임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에 홍보수석실에서 내려온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하자’며 입을 맞추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조대현 사건(여권 이사들 표가 갈리면서 어부지리로 조대현 사장이 선출됐던 일) 때문에 한 표라도 이탈되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번 이사들을 뽑을 때 각서 비슷하게 개별적으로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다짐을 하다시피 했다. 무슨 체크리스트 같이, 각서에 버금가는 다짐을 하고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강 전 감사는 그러면서 “고대영 후보 최종 선임은 김성우 홍보수석과 김인규 전 KBS사장의 합작품”이라며 “김인규 전 사장이 고대영 후보를 데리고 다니고 서청원도 만나고 대통령한테도 인사시키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대영 KBS 차기 사장 후보가 외압에서 자유로운, 공정방송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고 후보자가 “보도책임자로 있을 때 청와대 등으로부터 연락을 여러 군데에서 받았다”고 밝힌 부분은 우려를 자아낸다. 그가 보도국 간부를 맡았을 때 KBS는 용산참사 축소·폄하 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축소 보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실 보도 등 불공정보도로 지탄받았다. KBS 한 기자는 “국민이 보는 청문회 자리에서 ‘게이트키핑 강화방침’이나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요 고참, 간부들은 벌써 고대영 사장의 입맛과 사고에 맞춰 움직이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청와대에서 뽑아줬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KBS보도의 공정성은 향후 더 암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회사 전반에 깔려있다”고 토로했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17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강동순 전 감사의 발언과 청와대 개입설 등에 대해 “나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다. 욕심이 달성 안 되니까 이상한 반응을 하고 보복을 하는 건데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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