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널리즘, 액셀부터 시작하세요"

김태형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김태형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 기자

“선·후배 기자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게 액셀부터 시작하라는 말이에요.”
김태형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 기자가 공개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비기(秘器)’는 단출했다. 가장 기초적인 툴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하다보면 조금씩 좋아진다는 얘기였다. 싱거웠다. 일부러 감추고 안 가르쳐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올해 1월 아시아 탐사보도 총회에 다녀온 그가 방송기자연합회 게시판에 남긴 참관기를 보니 탐사보도 총회 프로그램 중 하나에 당당히 액셀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닌가. 액셀을 배우면 퓨전 테이블, 태블로 퍼블릭 등 공개 소프트웨어 터득도 훨씬 수월하고 데이터 저널리즘에 다가가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뜻이었다.


“지금 저희 팀이 하는 작업도 처음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길게 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이젠 가끔씩 댓글로 코딩을 잘 했다, 그래픽이 좋다 이런 얘기도 보여요.”


김 기자가 KBS 데이터 저널리즘 팀에 몸담게 된 것은 지난해 7~8월부터다. 탐사보도 팀에 있던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 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왔다. 언론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전담팀을 꾸리고 있는 것 자체가 국내에선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고, ‘안 가본 길’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당장 데이터 수집과 가공을 담당하는 리서처의 채용부터가 문제였다.


“저널리즘 마인드를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역량을 판단할 기준이나 절차 같은 게 하나도 없었어요. 결국 뉴스타파 기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해서 시험문제까지 직접 만들었어요. 개발자인 팀장은 KBS 타 부서에서 왔습니다.”


그렇게 꾸려진 KBS데이터 저널리즘 팀은 현재 프로그래머인 팀장 1명, 기자 2명, 리서처 2명,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1명 등 총 6명이다. 이들이 그동안 합을 맞춰 온 작업 중 일부는 네티즌들에게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17개 광역소방본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한 달 이상이 소요된 2013년 발생한 산악사고에 대한 분석 보도는 사고발생지역을 온라인 지도에 매핑하면서 등산카페 등에서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소방본부에서 받은 자료인데 소방본부 직원분이 연락을 해서 ‘잘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료를 가지고는 있는데 이렇게 시각화가 된다는 걸 모르셨던 거죠. 하려고 해도 용역을 줘야 할 테니 비용이 크게 들 테고요.”


그런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일반 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 팀 보도 사이클이 워낙 다르다보니 ‘눈치가 좀 보인다’고 했다. 사흘 취재한 간단한 보도가, 두 달 취재한 심층 보도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올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탐사보도와 상당 부분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성역없는 보도를 해야 하고, 돈을 생각하면 하기 힘든 일이죠. 공영방송 KBS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10년차 기자들이 팀에 1년 정도 있다가 돌아가면 보는 시각이 확 넓어질 거라 자부해요.”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