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인터넷언론 키운 공룡 포털의 책임

[특별기고]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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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 유력 경제지를 빼고는 인터넷 뉴스 유료화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대형 포털이 뉴스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여서 신문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 미국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려면 nyt.com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읽을 수 있다.


신문사들은 포털 초기에 적은 전재료를 받고 뉴스를 공급해 줬다. 지금은 포털의 수익이 지상파방송 3사를 합한 것보다 높은데도 전재료는 거의 옛날 그대로다.


2014년 말 기준 문화관광체육부에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약 1만8000개에 이른다. 이 중 인터넷 언론사만 6000여 개. 네이버, 다음과 기사 제휴를 맺은 간행물이나 언론사는 1000개 정도에 이른다.


언론사가 난립하다 보니 두 포털은 뉴스의 수요·공급 시장에서 슈퍼갑이 됐다.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생겨나는 언론사들이 공짜로라도 기사를 올려달라고 안달하는 수요·공급 구조에서는 슈퍼갑 포털이 언론사에 높은 전재료를 쳐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쓰레기 뉴스가 창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건전한 여론 형성에도 역행하고 미래세대의 교육에도 유해한 환경이다.


인터넷신문은 신문법상 취재·편집인력 3명만 확보하면 시·도에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사 가운데 30% 이상만 자체 생산하면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기사발행을 중단하면 시·도가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6000개나 되는 인터넷 언론사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제재하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제휴언론사를 심사하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언론단체로 구성된 외부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포털이 제공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이비언론 행위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회적 압력 때문일 것이다.


광고주협회에 따르면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검색되는 뉴스를 무기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인터넷에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는 상황을 만든 책임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있다. 신문협회는 민간기업 포털이 해야 할 쓰레기 청소를 대행해주는 것에 대해 아직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론계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형식적인 외부기구를 하나 만드는 것이라면 참여단체들이 체면만 구길 수 있다.


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이미 포털에 입점(入店)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퇴출 심사를 해야 한다. 물론 포털로서는 제휴사를 급격하게 줄이면 소송문제 등 부담이 클 것이다. 하지만 신규 입점 언론사만 심사한다면 실질적으로 지금의 구도와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


언론사를 평가하거나 콘텐츠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이 위원회의 소관사항도 아니다. 자칫 두 포털의 언론사 선택을 합리화시켜 주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 위험성도 있다. 언론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며 이 기구가 순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외국에는 한국의 토종 포털 같은 검색엔진은 없다. 구글은 뉴스 검색을 하면 해당 언론사로 연결시켜줄 뿐이다. 한국의 기형적 언론구조를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부나 언론단체들이 두 포털의 자율적 기구가 출범하는 것을 보고 할 일 다 했다고 손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지난 8월21일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요건을 취재·편집 인력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을 등록하려면 5명의 상시 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용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 취재·편집 담당자 이름만 제출하면 등록이 가능하던 것에서 좀 더 규제를 강화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요즘같이 실업이 만성화한 시기에 5명을 모아 언론사를 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당국이 인터넷 신문·방송의 운영실태를 조사해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가차 없이 등록을 취소하고 사이비 행위 전력자는 언론산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이 정치적 고려를 떠나 한국 언론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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