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 7년…돌아오지 못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해직행사에 모인 60여명 기자들
다큐멘터리 영상에 눈시울 붉혀
복직 촉구·공정방송 쟁취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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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10월6일, 6명의 YTN 기자가 해직됐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3명은 복직됐지만 나머지 3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YTN 기자 6명(권석재·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현덕수)이 이명박 대선후보 특보출신인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는 것을 반대했단 이유로 쫓겨난 지 7년 째 되는 날이었다. 2557일의 시간이 지나며 무뎌지고 잊혀가는 듯 했다. 그러나 10월6일, 60여명의 YTN 기자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미디어홀 행사장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해마다 이어지는 복직 촉구 행사에 별다른 집회도 충돌도 없었다. 7년 전 해직된 6명의 기자들은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진행을 지켜봤다. 40여명의 노조 선후배들은 한명씩 해직된 선배들의 손을 잡고 어색한 안부를 되풀이했다. 해직 기자들은 황망해하는 후배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안부를 챙겼다. YTN의 한 노조원은 “당시만 해도 해직 자체가 믿기지 않을뿐더러 해고가 됐더라도 당연히 한 달 내로 모두 복귀될 줄 알았다”고 했다.


▲6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 미디어홀에서 열린 ‘해직 7년…기억하라 2008’ 행사에서 2008년 10월6일 YTN에서 쫓겨난 해직기자 6명이 발언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공정방송의 이름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준 (해직) 동료들에게 고맙다”라며 “이 자리에서 상영되는 영상에는 지난 7년의 기억이 담겨있다. 해직 사태 해결과 공정방송에 대한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해직 기자들의 7년간의 투쟁 기록이 담겨있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각 언론사 사장이 선임되는 과정부터 노조원들의 거센 반발과 해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법정 공방 등이 담겼다. 영상은 해직 기자들이 한 명씩 당시 심경과 어려운 사정 등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현덕수 기자는 영상에서 “당시 (해직자) 숫자가 10명이 넘을 것이라는 소문 등 불안감이 확산됐다”라며 “해고 통보 전화를 받고 ‘내가 해고를 받을 만큼 잘못을 했는가’ ‘언론인이라면 당연한 지적을 한 것인데 해고라니 이 나라에 어떻게 살아야하나’등의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담담하게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기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장면이 나오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쪽에선 답답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우장균 기자는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집에 왔더니 집사람과 아이들이 누워있는데 앞길이 막막했다”라며 “내일부터 해고된 상태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느라 잠이 안오더라”고 회상했다.


1시간 10분이 넘는 장편의 다큐멘터리가 끝이 나자 행사장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마이크를 잡은 노조원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한 목소리로 남은 세 명의 기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구성원들은 “돌발영상 다시 부활시켜 달라.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를 필요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가다듬고 YTN의 공정보도 회복을 위해 사그라진 기운을 북돋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6명의 해직 기자들은 무대로 올라와 후배들을 다독였다. 노종면 기자는 “공정방송을 할 것인가 아닌가, 복직 투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들의 결심에서 출발한다고 본다”라며 “내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들은 답답한 상황을 이겨내야 하고 비정상적인 회사상황을 견디느라 얼마나 힘들겠나. 같이 결심을 해서 끝장을 내자”고 밝혔다.


노 기자는 2008년 8월까지 YTN의 간판 뉴스인 ‘뉴스창’을 진행한 앵커이자 독특한 포맷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돌발영상’을 만들어낸 피디였다.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한 공로로 ‘올해의 YTN 대상’까지 수상한 그가 5년 뒤 해고가 된 것은 2008년 노조위원장이 되고 노조쟁의를 이끈 것이 배경이 됐다. 그와 함께 권석재,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 기자도 YTN을 떠나야 했다.


2014년 11월27일 대법원은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의 해고는 인정하고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등 3명의 해고만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치적인 해법이 없다면 사실상 회사 복귀가 힘들어진 상태. 조승호 기자는 “매년 10월 6일에 행사를 하면서 올해가 마지막일 거라고 얘기한 것도 어느새 희망고문이 돼버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정유신 기자도 울먹이며 “YTN이 인생의 전부인 귀한 이들을 데리고 오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돌발영상 지우고 초대 앵커도 다 지우려고 애를 쓰면서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도 참석해 해직자 복귀를 촉구했다. 손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당시 각 언론사에 낙하산 사장이 투입되면서 공정방송이 짓밟혔다. YTN 동지들의 등불같은 투쟁, KBS와 MBC의 저항 덕분에 그나마 지금의 언론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도 “생생한 기록을 보면서 ‘노조가 더 힘이 강해져야겠다. 언론노조도 더 힘이 강해져야겠다. 그래서 아직 일터로 돌아오지 못한 우리 동료들 꼭 데려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야만이 일어나고 있고 언론인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지 끝까지 투쟁해 일터로 돌아오게 하자”고 강조했다.


“공정방송 투쟁 쟁취하자.” 이날 노조원들은 짧은 구호를 외치고 자리를 떠났다. YTN의 한 기자는 “작년에 명퇴가 있었는데 해직 안하고 복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에 고맙다”며 “다들 돌아와야 정상화가 되겠지만 정권과 연계가 돼있는 만큼 사측에서도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맨 앞자리를 지킨 권영희 YTN 노조위원장도 “우리의 방향,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 우리가 뭘 위해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는지 되새김질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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